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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산에 언덕에 / 신동엽

by 혜강(惠江) 2020. 3. 28.

 

 

 

 

산에 언덕에


 

- 신동엽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산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

맑은 그 숨결

들에 숲속에 살아갈지어이.

 

쓸쓸한 마음으로 들길 더듬는 행인아.

눈길 비었거든 바람 담을지네

바람 비었거든 인정 담을지네.

 

그리운 그의 모습 다시 찾을 수 없어도

울고 간 그의 영혼

들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 시집 아사녀(1963)


 

시어 풀이

 

화사한 : 화려하게 고운.
피어날지어이 : ‘피어날 것이네의 옛 말투. 소망과 확신을 표현하는 종결어미

행인(行人) : 길을 가는 사람.

담을지네 : ‘담을 것이네의 옛 말투. 소망과 확신을 표현하는 종결 어미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불행한 삶을 살다 간 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가 추구하던 소망과 신념은 끊어지지 않고 계승되어 언젠가는 실현되리라는 확신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 시의 화자와 행인이 그리워하는 는 다시 찾을 수 없는,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다. 화자는 에 대한 그리운 정서를 그리운’, ‘쓸쓸한등의 직설적인 시어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는 이 시에는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지만, 이 시가 쓰인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볼 때, ‘4·19 혁명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이들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유사한 구절의 반복을 통하여 그리운 의 영혼이 산에, 언덕에, 들에, 숲 속에피어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각운의 운율 효과를 주기도 하며, 부정형 서술어 없어도’(1, 2, 5)의 반복 사용으로 의 부재와 상실의 비극적 상황을 더욱 절실하게 나타내고 있다. 또, ‘ㄹ지어이라는 예스러운 종결어미의 반복 사용함으로써 장엄하고 무게감 있는 여운을 주어 화자와 행인이 그리워하는 가 반드시 부활할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을 강조하여 보여 준다.

 


  1, 2연에서 화자는 의 얼굴을 다시 찾을 수 없고, ‘의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없다고 말함으로써, ‘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 추모의 대상임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화자는 비록 는 죽었지만 으로, ‘숨결로 부활하여 의 소망과 신념이 산에, 언덕에, 들에, 숲 속에 이어져 갈 것임을 기대하고 있다.

 

 3, 4연에는 를 그리워하며 쓸쓸하게 들길을 걷고 있는 행인이 등장하는데, 화자는 이 행인에게 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산과 들의 바람이라도 담을 일이고, 만약 바람조차 비었다면 생전에 나누었던 인정이라도 마음에 담고서 슬픔과 공허함을 이겨 내라고 위로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5연에서는 1연과 수미 상관을 이루며 다시 한 번 의 소망이 실현될 것에 대해 확신하고 있다

 

 이 시가 쓰인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이 시는 4·19 혁명 때 희생당한 사람들을 추모하는 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시인은 4·19 혁명 때 희생된 많은 들의 소망과 신념을 잊지 말고, 사람을 사랑하는 따뜻한 인정(人情)’을 회복하여 자유와 민주주의를 실현하자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신동엽 시인은 한국 시단에서 역사와 현실에 대한 자각을 시화(詩化)하여 민중시를 정착시킨 선구자다. 특히, 고통스러운 민족의 역사를 전제로 참여적 경향의 시와 분단 조국의 현실적 문제에 관심을 표명한 서정시와 서사시를 주로 썼다.

 

 

작자 신동엽(申東曄, 1930-1969)

 


 시인. 충남 부여 출생. 1959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장시 <이야기하는 쟁이군의 대지>가 석림(石林)이라는 필명으로 당선, 등단하였다.

 

 민족 현실에 대한 치열한 의식을 바탕으로 한 시를 발표하였다. 민족 고통을 전제로 한 참여적 경향의 시와 분단 조국의 현실적 문제에 관심을 표명한 서정시와 서사시를 썼다. 시집에 아사녀, 금강,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등이 있다.

 

 

 

<해설 및 정리>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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