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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by 혜강(惠江) 2020. 3. 28.

 

<출처 : 네이버 'designsejong님의 블로그>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 가슴만 남고
,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 52인 시집(1967)

 

 

시어 풀이

 

동학년 : 동학 혁명이 일어났던 1894.

곰나루 : 충청남도 공주의 옛 이름. 동학 혁명 당시 우금치 전투가 있었던 곳.

초례청 : 전통적인 혼례를 치르는 장소.
맞절 : 동등한 예를 갖추어 마주하는 절, 여기서는 신랑 신부의 절.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역사적 사건들 속에 껍데기로 상징되는 허위와 겉치레는 사라지고, ‘알맹이로 형상화한 순수한 마음과 순결만이 남아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시의 화자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부정한 세력에 대한 저항 의지와 민족의 화합과 통일에 대한 소망을 열망하고 있다.


 ‘껍데기는 가라라는 동일한 시구의 반복과 대립적인 이미지를 사용하여 주제를 강조하며, 행걸침과 쉼표의 적절한 사용을 통해 시상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가라와 같은 명령형 종결 어미를 사용하여 시인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1연은 4·19 혁명의 순수한 정신이 남아 있기를 염원하고 있다. ‘껍데기는 허위, 가식, 반민족적 요소인 부정적인 요소를 가리키며, ‘알맹이껍데기와 대립되는 것으로 진실, 순수, 민족정신등을 상징하며 이것은 화자가 소망하는 대상이다.


 앞의 1연에서 4·19 혁명을 불러낸 시인은 2연에서 동학 농민혁명을 불러내어 그 사건의 순수한 정신이 남아 있기를 염원하고 있다. ’곰나루는 충청남도 공주의 옛 이름으로 1894년 동학 혁명 당시 우금치 전투가 있었던 곳이다. 그리고 아우성1연의 알맹이와 같이 순수한 정신을 상징한다.

 

3연은 아사달과 아사녀의 혼례를 들어 민족 통일에 대한 소망을 노래하고 있다. ’아사달과 아사녀는 불국사 창건 설화에 나오는 석공과 그가 사랑하는 여인으로 밝음·원초·희망·주체성·생명을 나타내는데, 이들은 외세에 물들지 않은 채 통일을 이룰 순수한 한국인의 전형이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혼인의 자리에서 맞절을 한다는 것은 곧 분단된 민족이 하나가 되는 통일의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부끄럼 빛내며는 부끄럽지만 순수하기 때문에 더욱 빛난다는 뜻이다.

 

  우리의 국토를 '한라에서 백두까지'라고 말함으로써 분단의 비극적 현실 상황을 직접 다루고 있다. 이것은 분단의 비극이 동족 간의 전쟁을 거쳐 고착화 되었음을 상기시켜 주는 한편, 반드시 극복해야 할 민족적 과제임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아울러 '모오든 쇠붙이'라는 표현을 통해 현실 상황을 힘의 논리를 앞세운 무력 상황으로 규정함으로써 4·19 혁명을 무너뜨리고 등장한 군사 독재 정권을 비판하는 한편,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은 참다운 의미의 세상이 도래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이 작품은 시가 쓰인 배경을 고려할 때, 군부 독재 체제의 시대 상황 속에서 부정적인 세력이 물러가고 순수와 열정의 시대가 도래하기를 바라는 소망을 표현하고 있다. , 4·19 혁명의 민주화 열망이 점차 퇴색해 가고, 동학 혁명의 민중적 열정도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시인의 안타까움을 토로한 뒤,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첨예하던 냉전 시대에 그것을 초월하여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우리의 나아갈 길을 밝힌 선구자적 작품이라 할 수 있다.

 

1960년대 문학에는 4·19혁명으로 촉발된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정치·사회에 대한 시민의 각성 및 비판 의식을 드러낸 작품이 많았다. 서정성과 역사의식의 결합을 시도한 지은이 신동엽은 이 시에서 4·19혁명, 동학혁명의 역사를 불러내어 분단 극복과 민족 주체성 확립의 열망을 강한 어조로 담아냈다.

 

 

작자 신동엽(申東曄, 1930~1969)

 


  시인. 충남 부여 출생. 1959조선일보신춘문예에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가 당선하여 등단하였다.
 서구 모더니즘과 전통시를 지향하는 보수주의가 양립하던 당시 한국 시단에서 역사와 현실에 대한 자각을 시화(詩化)하며 민중시를 정착시킨 선구자다.

 

  특히, 고통스러운 민족의 역사를 전제로 한 참여적 경향의 시와 분단 조국의 현실적 문제에 관심을 표명한 서정시와 서사시를 주로 썼다.  시집으로 아사녀(1963),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1979), 금강(1989) 등이 있다.

 

 

 

<해설 및 정리>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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