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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나목(裸木) / 신경림

by 혜강(惠江) 2020. 3. 27.

 

 

 

 

나목(裸木)


 

- 신경림

 

 

 

나무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서

하늘을 향해 길게 팔을 내뻗고 있다

밤이면 메마른 손끝에 아름다운 별빛을 받아

드러낸 몸통에서 흙 속에 박은 뿌리까지

그것으로 말끔히 씻어내려는 것이겠지

터진 살갗에 새겨진 고달픈 삶이나

뒤틀린 허리에 배인 구질구질한 나날이야

부끄러울 것도 숨길 것도 없어

한밤에 내려 몸을 덮는 눈 따위

흔들어 시원스레 털어 다시 알몸이 되겠지만

알고 있을까 그들 때로 서로 부둥켜안고

온몸을 떨며 깊은 울음을 터뜨릴 때

멀리서 같이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 시집 쓰러진 자의 꿈(1993)


 

◈ 시어 풀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나뭇잎을 다 떨구고

팔을 내뻗고 있다 의인법

터진 살갗뒤틀린 허리 삶의 온갖 상처

깊은 울음 근원적인 슬픔

같이 우는 사람 슬픔을 공감하는 사람곧 화자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잎을 모두 떨구고 매서운 겨울 추위를 묵묵히 견디고 있는 나목(裸木)의 모습을 통해 삶의 근원적 슬픔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다.

 

 ‘나목의 모습을 통해 인생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을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의인화를 통해 나목의 모습에서 인간의 모습을 유추하고 있다. 따라나목을 인간적 속성을 지닌 존재로 형상화하고 있으며, 화자는 고통과 시련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며, 때로 깊은 울음을 우는 나목의 모습에 공감하고 있다.

 

 이 시에서 추운 겨울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상징하며, 나목은 현실의 고달픔은 부끄러운 것도 없어 알몸으로 하늘을 행해 서 있는 모습이다. 나목(裸木)은 그러한 삶의 고달픔을 숨길 것도 없이 묵묵히 감내한다. ‘터진 살갗이나 뒤틀린 허리는 삶의 온갖 상처, 곧 고달픈 삶의 흔적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나목(裸木)들도 때로는 온몸을 떨며 깊은 울음을 터뜨린다. 그 울음은 어떤 외부적 시련 때문이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내면의 근원적·본질적인 슬픔이 터져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누군가 그 나목과 멀리서 같이 우는 사람’(화자)이 있다고 한다. 이것은 나목과 유사한 정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며, ‘멀리서 같이 우는 사람은 나목처럼 내면의 슬픔을 지닌, 즉 나목과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 할까? 화자는 그들과 함께 울어주면서 인간의 삶의 근원적 슬픔에 대한 공감과 연민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작자 신경림(申庚林, 1936 ~ )

 

 

  시인. 충북 충주 출생. 1955년 《문학예술》에 <갈대>, <묘비>, <낮달>이 추천되어 등단하였다. 1973년에 펴낸 첫 시집 〈농무(農舞)〉는 우리 민족의 정서가 짙게 깔린 농촌 현실을 기초로 하여 민중들과 공감대를 이루는 시로 평가받고 있다.

 

 시집으로 《농무》(1973), 《새재》(1979), 《달넘세》(1985), 《남한강》(1987), 《우리들의 북》(1988), 《길》(1990) 등이 있다. 주로 농촌을 배경으로 우리의 현실과 한, 울분, 고뇌 등을 다룬 시를 썼다.

 

 

 

<해설 및 정리> 님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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