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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by 혜강(惠江) 2020. 3. 28.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

 

아침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

알리라

 

아침저녁

네 머리 위 쇠 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구원(久遠)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憐憫)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모아리며,

 

서럽게

,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고대문화(1969)

 

 

시어 풀이

 

외경 : 경외. 공경하면서 두려워함.
구원 : 아득하게 멀고 오래됨. 영원하고 무궁함.
연민 : 불쌍하고 가련하게 여김.

마음 모아리며 : 마음 모아 헤아리며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우리 민족이 지금까지 겪어 온 구속과 억압의 상황을 직시하게 함으로써 억압의 역사에 대한 비판과 아울러 인간다운 삶이 보장된 자유와 평화의 세계에 대한 갈망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하늘은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이라는 의미로,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라는 물음은 이 땅의 민중이 자유와 평화를 누리지 못했음을 설의적(設疑的)으로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화자는 민중을 억압하는 거짓된 현실에 대한 극복 의지를 노래하고 있다.


 참여적인 성격을 띠는 이 시는 내용에 걸맞게 단정적인 어조로 저항의 의미를 드러내고, 설의법과 명령형 어미를 사용하여 화자의 단호한 의지를 표출하는 한편, 행간 걸림 기법으로 화자의 미세한 심리변화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1연과 마지막 연의 수미 상관 구조로 주제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소재 면에서는 맑은 하늘에 대립적인 의미를 상징하는 '()구름', '쇠 항아리' 등의 소재들을 통해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다.


 1~3연은 부조리하고 암울했던 과거의 삶을 지적하고 있다. 이 시의 핵심어이기도 한 '하늘'1960년대의 민중들이 추구했던, 닫힌 시대적 상황에서의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을 상징한다. 반면, '()구름''쇠 항아리'는 민중이 맑은 하늘을 볼 수 없게 하는 방해물로서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쇠항아리'''는 우선 군사 정권하의 총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 우리 민족에게 시련을 준 부정적인 존재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항아리는 무언가를 덮는 이미지로 하늘을 보지 못하게 시야를 가리는 부정적 역할을 한다. 이처럼 무겁고 답답한 이미지의 표현은 구속과 억압을 형상화하는 것이다.

 

 4~6연은 현실 극복의 의지를 노래하고 있다. 여기서는 앞에서 제시된 우리의 상황, 즉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직시하라고 깨우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네 마음속 구름'을 닦아 내고 '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를 찢어 버리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마치 구호처럼 들리는 닦아라’, ‘찢어라는 민족사적인 과제이다. 화자는 우리가 이런 각성의 노력과 냉철한 현실 인식을 통해서 자유와 평화에 대해 두렵고 공경하는 마음, 외경의 자세를 얻을 수 있으며, 또한 민족에 대한 연민의 자세를 가지게 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티 없이 맑은 구원의 하늘은 티 없이 맑고 영원하고 무궁한 세계를 일컫는 것으로서 화자가 진정으로 염원하는 세상이다.


 7~8연은 현실 극복을 위해서는 인고(忍苦)의 삶을 겪어야 함을 일러준다. 여기서 , 엄숙한 세상으로 표현되고 있는 엄숙한 세상은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하는 부정적 현실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현실 극복을 위해서는 언행과 발걸음도 삼가고 때로는 서럽게 눈물도 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지막 연은 1연의 반복(수미 상관 기법)으로, 아직 자유와 평화가 오지 않은 현실에 대한 극복 의지를 역설적으로 강조하며,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는 당시 민중들이 겪은 역사적, 사회적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4·19 혁명, 5·16 군사 쿠데타로 인한 정치적 격변 속에서 한 번도 진정한 삶을 살아 보지 못한 이 시대의 민중들의 아픔을 알고 이러한 현실을 바로잡고자 하는 시인의 소망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작자 신동엽(東曄, 1930~1969)

 

 

 시인. 충남 부여 출생. 1959조선일보신춘문예에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가 당선하여 등단하였다. 이어 진달래 산천, 싱싱한 동자를 위하여등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서구 모더니즘과 전통시를 지향하는 보수주의가 양립하던 당시 한국 시단에서 역사와 현실에 대한 자각을 시화(詩化)하며 민중시를 정착시킨 선구자다. 특히, 고통스러운 민족의 역사를 전제로 한 참여적 경향의 시와 분단 조국의 현실적 문제에 관심을 표명한 서정시와 서사시를 주로 썼다.

 시집으로 아사녀(1963), 신동엽전집(1975),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1979), 금강(1989) 등이 있다.

 

 

 

<해설 및 정리>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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