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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거산호 I - 경가도어(耕稼陶漁)의 시 / 김관식

by 혜강(惠江) 2020. 3. 21.

 

 

 

 

 

거산호 I

-경가도어(耕稼陶漁)의 시

 

 

- 김관식

 

 

 

()에 가 살래

팥밭을 일궈 곡식(穀食)도 심구고

질그릇이나 구워 먹고

가끔, 날씨 청명(淸明)하면 동해(東海)에 나가

물고기 몇 놈 데리고 오고

작록(爵祿)도 싫으니 산에 가 살래

 

            

                          -창작과 비평(1970)

 

 

<시어 풀이>

작록(爵祿) : 관작(官爵)과 봉록(俸祿)을 아울러 이르는 말.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세속을 떠나 산에 가서 소박하게 살고자 하는 마음을 장난기 어린 말투로 노래하고 있다. 이 시의 제목 거산호(居山好)’산에 사는 것을 좋아한다라는 의미이며, 시의 부제는 경가도어(耕稼陶漁)의 시로 되어 있다.

 

 ‘경가도어(耕稼陶漁라는 말은 맹자(孟子)’에 전하는 말로, ‘밭을 일궈(), 씨를 뿌리고(), 스스로 질그릇을 구워 쓰고(), 낚시질로 소일한다()’라는 뜻이다. 한 마디로 소박한 삶을 뜻한다.

 

 일찍이 한학을 공부한 화자는 동양의 유학자답게 선인의 말을 인용하여, ‘-자연에서 사는 소박한 삶을 제시하면서 속세를 의미하는 작록(爵祿)’이 싫어 산에 살고 싶다는 소망과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서 작록(爵祿)’은 세속적 · 물질적 가치를 상징한다.

 

 강호한정(江湖閑情)의 시와 맥을 같이하는 이 짤막한 시에는 안분지족(安分知足)하려는 화자의 여유로운 마음과 함께 세상에 대한 비판적 태도가 깔려 있음을 볼 수 있다.

 

 

작자 김관식(1934~1970)

 

 

 호는 추수(秋水)·우현(又玄). 4세 때부터 아버지에게 한문을 배웠다. 강경상고를 다닐 때 정인보·최남선 등 한학의 대가를 찾아가 성리학·동양학을 공부했다.

 

 1955년 〈연 蓮〉·〈계곡에서〉·〈자하문 근처〉 등이 서정주의 추천을 받아 《현대문학》에 실리면서 문단에 나왔으나, 이미 그전에 첫 번째 시집 《낙화집》(1952)을 펴낸 적이 있었다. 1955년 이형기·이중로와 함께 시집 《해 넘어가기 전의 기도》와, 1956년 《김관식시선》을 펴냈다.

 

 초기에는 전통적 서정을 읊다가 차츰 가난한 자신과 이웃에 대한 연민을 노래했다. 그 후에 씌어진 시들은 어려운 한자를 많이 써 동양의 유학자다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허세로 기울고 있어 삶의 절실한 체험을 담아내지는 못했다. 1960년대 후반에 와서는 이런 결점을 어느 정도 극복하고 사회적 부조리와 모순을 노래했다. 대표작으로 〈연〉, 〈귀양가는 길〉, 〈동양의 산맥〉, 〈다시 광야에〉 등이 있다.

 

 1960년 국회의원에 출마했다가 낙선하여 재산을 다 날린 뒤, 죽을 때까지 특별한 직업 없이 홍은동 산기슭에 무허가집을 짓고 살았다. 심한 주벽(酒癖)과 기행을 일삼아 천상병과 함께 문단의 기인으로 많은 화제를 남겼다. 가난과 10여 년 동안의 병마로 인해 36세에 요절했다.

 
 

 

 

 
 

*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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