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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파랑새 / 한하운

by 혜강(惠江) 2020. 3. 20.

 

 

 

파랑새

 

 

- 한하운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어

 

푸른 하늘

푸른 들

날아다니며

 

푸른 노래

푸른 울음

울어 예으리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리

 

                   - 출전 보리피리(1955)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천형(天刑, 하늘이 내린 형벌)이라는 나병(癩病)으로 인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았던 한하운(韓何雲) 시인이 자유로운 삶에 대한 소망을 노래한 작품이다.

 

 시의 핵심어인 파랑새는 실제 나병 환자였던 시인이 자신의 처지를 서글퍼하며, 파랑새가 되어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싶은 소망을 토로하고 있다. 따라서 파랑새는 희망과 자유로움, 이상과 동경을 나타낸다.

 

 이 시는 매우 쉬운 언어를 구사하면서도 시적 화자가 소망하는 자유로운 삶에 대한 절실함과 나병 환자로서 겪어야 했던 한스러움이 그 독톡한 색깔과 담담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3음보 율격을 반복하여 민요적 율격을 띠고 있으며, 1연과 4, 2연과 3연이 반복되는 a-b-b-a의 구조를 이루면서 애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1연에서는 '파랑새'를 등장시켜 자유로운 존재가 되고 싶은 소망을 드러내고, 2연에서 자유로운 삶에 대한 소망을 표현한 뒤, 3연에서는 자신에 대한 슬픔과 한()을 노래한다. ‘푸른 하늘/ 푸른 들을 날아다니고 싶었던 화자는 푸른 노래/ 푸른 울음을 울며 지내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현재의 ()’이 너무 깊고 크기에 자유로운 새가 되어 푸른 울음을 울 수밖에 없는 화자의 서러움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다시 4연에서는 1연의 내용을 반복하는 수미 상관의 방식을 통해 시적 화자의 소망이 절실함을 강조하고 있다. ‘죽어서/ 파랑새 되리라는 표현은 이생에서는 아무리 애를 써도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깔린 것이니, 나병 환자로 살아가는 현실적 삶이 얼마나 큰 형벌인지, 읽는 이의 가슴까지 저리게 한다.


  참고로 파랑새를 짓게 된 경위를 저자의 말을 통해서 알아보면, 보다 실감을 느낄 수 있다.

 

고행 땅에 돌아왔으나, 이 꼴로 집에 돌아갈 수는 없다. 더욱이 동리 사람의 눈이 무서워서 도저히 밝은 낮에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진종일 밤이 오기를 기다렸다. 사람이 안 다니는 들에서 종일 굶으며 기다려야 했다. 이제는 정말로 문둥이가 된 설움이 가슴을 찢는다. <중략> 나는 원한의 피를 토하며 통곡하였다. 몇 백 번 고쳐 죽어도 자욱자욱 피맺힌 서러움과 뉘우침이 가득 찬 문둥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밤이 어두워진다. 모든 것을 검게 가리어 주는 밤이 온다. 나는 여기서 인간의 자유와 이상과 동경을 상징하는 노래로 <파랑새>라는 시를 읊으며 인간의 행복을 빌었다.” (-한하운, ‘나의 슬픈 반생기에서)

 

 

작자 한하운(韓何雲, 1919~1975)

 

 

  시인. 함남 함주 출생. 나병에 걸려서 오랫동안 고통을 겪는 과정에서의 특이한 체험을 바탕으로 1949신천지<전라도> 12편의 시를 발표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시는 대체로 자신이 겪었던 나병을 소재로 하여 거기에서 오는 고통과 갈망을 생생하게 표현하여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 시집으로는 한하운 시초(1949), 보리 피리(1955), 한하운 시전집(1956), 가도 가도 황톳길(1989) 등이 있다.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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