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꽃의 말 / 황금찬

by 혜강(惠江) 2020. 3. 20.

 

 

 

 

꽃의 말  

 

 

 황금찬

 

 

사람아 
입이 꽃처럼 고아라 
그래야 말도 
꽃같이 하리라 
사람아 ……
 
 


- 누른 빛깔(대표 시인 10인선)(2009) 수록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거친 말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보다는 서로가 아름다운 말을 나누어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짧은 형식을 통해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화자는 에 비유하여 아름다운 말을 사용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화자는 특정인이 아닌 사람을 청자로 설정하여, 사람이 아름다운 꽃과 같이 아름다운 말씨와 태도로 상대를 배려하며 대하기를 바라고 있다. 나아가 아름다운 말을 사용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59음절, 25자의 짧은 시는 상대방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을 통해 시상을 전개하고 있으며, 직유와 명령형을 사용하여 화자의 희망을 강하게 표현하는 동시에 마지막에 말줄임표를 사용하여 여운을 주고 있다.

 

  이 시에서 꽃 같은 말이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좋은 말, 아름답고 고운 말, 상대를 배려하는 말을 상징한다. 화자가 특정한 대상이 아닌 일반적인 대상 사람에게 꽃 같은 말을 사용할 것을 당부하는 것은 특정한 대상뿐 아니라 모두가 꽃 같은 말을 사용하여 우리 사회 전체가 서로를 배려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꽃에게 잎이 있다면 사람에게는 입이 있다. 꽃의 잎과 사람의 입은 각기 다른 모양과 쓰임새를 가지고 있지만 ''''이라는 유사한 음성적 발음을 가진다. 거기에다 한 송이 꽃에 매달린 꽃잎들이 꽃을 꽃답게 보이게 하듯 한 사람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사람의 인격을 결정짓는데 중요한 자질이 된다.

  때로는 한 사람의 입이 여러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여러 사람의 입은 한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반대로 여러 사람의 입이 한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입은 여러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것. 하나의 입은 말이라는 수없이 많은 표정을 숨기고 주체할 수 없이 열고 닫는다.

  말하자면 그 입으로 순간 닫혀있는 사람의 마음을 열기도 하면서 열려있는 마음을 닫아버리게도 한다. 따라서, '입이 꽃처럼' 고울 때 '말도 꽃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믿을 때, 말 많은 혹은 말뿐인 우리의 입도 말과 함께 아름다워질 것이다.

    

 

작자 황금찬(黃錦燦,1918~2017)

 

 강원도 속초 출생. 문예에 시 경주를 지나며(1953), 현대문학접동새, 여운(1955) 등이 추천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평생 총 40권의 시집을 펴냈으며, 생활 속 문학과 '다작(多作)'을 강조하며 시 2천여편의 작품을 남기며 문학계 원로의 반열에 올랐다. 주로 인간적인 사랑을 담고 있는 시를 썼다. 시집으로 현장을 출간한 이후 월나무(1969), 나비와 분수(1971), 오후의 한강(1973) 등의 시집을 출간하며 수십여 권의 시집을 냈다. 초창기 작품은 시조적 발상에서 비롯된 향토색이 많았다. 이후 현실성이 강해지며 서술적 표현을 통한 아름다운 시구를 남겼다. 그의 모든 시에는 항상 기독교 사상이 바탕에 깔려 있다.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