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춘설(春雪) / 정지용

by 혜강(惠江) 2020. 3. 17.

 

 

 

 

 

춘설(春雪)

 

 

- 정지용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 들어

바로 초하루 아침

 

새삼스레 눈이 덮인 뫼 뿌리와

서늘하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얼음 금 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 고름 절로 향기로워라

 

웅숭거리고 살아난 양이

아아 꿈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짓 아니 기던 고기 입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이

핫옷 벗고 도로 춥고 싶어라  

 

                                   - 문장(1939)

 

<시어 풀이>

 

우수절(雨水節) : 입춘과 경칩 사이의 절기, ‘봄비로 물기운이 가득한 때’(양력 218일경).
멧부리 : 산등성이나 산봉우리의 가장 높은 꼭대기.
이마받이 : 이마로 부딪침. 두 물체가 몹시 가깝게 맞붙음.
옹송그리고 : 춥거나 두려워 몸을 궁상맞게 몹시 움츠려 작게 하고.
핫옷 : 솜을 두어 지은 겨울옷.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이른 봄눈이 내린 풍경을 묘사하면서, 때아닌 눈이 오히려 봄을 알린다는 참신한 발상을 통해 춘설이 내린 자연에서 느끼는 봄의 생명력을 생동감 있게 노래한 작품이다. 보통 눈은 차가운 속성 때문에 주로 겨울의 이미지를 나타낼 때 사용되는데, 이 시에서는 초봄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 시인의 참신한 발상이 돋보인다.


  이 시는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강조하여 드러냄은 물론, 역설적인 표현으로 설렘과 봄을 통해 느끼는 생명력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우선 1연을 보면. ‘문 열자 선뜻! / 먼 산이 이마에 차라에서 선뜻!’이라는 표현을 통해 갑작스레 봄눈을 보고 놀란 화자의 마음을 영탄법을 사용하여 부각하고 있다. 그리고 먼 산의 시각적 이미지를 촉각의 이미지로 바꾸어 눈 덮인 먼 산의 차가움이 이마에 닿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끼도록 하였다.

 

  2연은 우수절초하루 아침의 시간적 배경을 제시하고 3연에서는 가깝게 느껴지는 눈 덮인 산을 드러내고 있다.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역시, 차가운 눈(촉각적 심상)과 빛을 받아 반짝이는 눈(시각적 심상)이 이마에 와 닿는 것(촉각적 심상)처럼 느껴진다고 표현함으로써 공감각적 심상으로, 눈 덮인 산이 이마에 닿을 듯이 가깝게 보여 서늘한 기운이 느껴짐을 공감각적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46연은 겨우내 잠들어 있던 생명이 깨어나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모습에 대한 감탄을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옷고름 절로 향기로워라는 공감감적 이미지와 영탄법을 사용하여 화자가 느끼는 봄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또, 5연에서는 추운 날씨 때문에 몸을 움츠렸던 양이 아아 꿈같기에 설어라라고 표현하여 봄을 맞이하는 화자의 기쁨을 역설적인 영탄법을 사용하여 표현하였다. 그리고 6연에서 마나리새순과 물고기의 오물거림으로 생동감 있게 살아나는 봄날의 자연을 드러낸 다음, 마지막 연에서는 화자가 두꺼운 겨울옷(핫옷)을 벗고 도로 춥고 싶다고 역설적 영탄법으로 말하고 있다. 이는 차가운 눈 속이지만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생동하는 봄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껴 보고 싶은 화자의 소망을 드러낸 표현이다.

 

  ‘은 겨울에 내리는 차갑고 서늘한 이미지를 나타낸다. 하지만 이 시에서는 겨울에서 봄으로 변화하는 시기에 이 내리는데, 때 아닌 봄눈으로 주위의 자연이 생명의 기운을 얻어 살아 움직인다. 그리고 화자는 꽃이 피기 전의 철 아닌 눈에 겨울옷을 벗고 싶어 한다. 화자는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내리는 봄눈을 통해 봄을 맞는 반가움과 겨울이 가는 허전함을 이중적으로 느끼고 있다.

 

 

작자 정지용(鄭芝溶, 1902~1950)

 

 

  시인. 충북 옥천 출생. 섬세한 이미지와 세련된 시어를 특징으로 하는 193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초기에는 이미지즘 계열의 작품을 썼으나, 후기에는 동양적 관조의 세계를 주로 형상화하였다. 시집으로는 정지용 시집(1935), 백록담(1941) 등이 있다.

 

  해방 후 조선 문학가 동맹(카프)에 가담하여 활동하다가 19506·25전쟁 이후 월북한 이유로 그의 작품은 한동안 금기시되어 왔으나 한국시문학사에서 그가 이룩한 감각적인 시 세계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문학관련 > - 읽고 싶은 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다 2 / 정지용  (0) 2020.03.18
비 / 정지용  (0) 2020.03.17
조찬(朝餐) / 정지용  (0) 2020.03.17
인동차(忍冬茶) / 정지용  (0) 2020.03.17
장수산1 / 정지용  (0) 2020.03.1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