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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피아노 / 전봉건

by 혜강(惠江) 2020. 3. 15.

 

 

 

 

피아노

 

 

- 전봉건

 

 

피아노에 앉은

여자의 두 손에서는

끊임없이

열 마리씩

스무 마리씩

신선한 물고기가

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

쏟아진다.

 

나는 바다로 가서

가장 신나게 시퍼런

파도의 칼날 하나를

집어 들었다

 

 - 시집 꿈속의 뼈(1980)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생기 넘치는 피아노 소리의 감각과 이에 대한 감동을 과감하고 돌발적인 비유와 참신한 이미지를 통해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이 시는 피아노 치는 여자와 그 소리를 듣는 화자의 모습을 자유로운 연상에 의해 시상을 전개하고 있으며, 과감한 비유와 공감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생기 있는 피아노 소리에 대한 감동을 생생하게 보여 주고 있다. , 낯설게 하기 수법을 사용하여 돌발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생동감 있는 피아노 선율이 주는 감동을 표현하고 있다.

 

  1연에서는 피아노의 신선하고 생동감 넘치는 선율을 청각적 이미지에서 시각적 이미지인 '물고기'로 전이시켜 공감각적 이미지를 빚어낸다. 피아노 소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물고기튀는 빛의 꼬리를 달고쏟아지듯 생동감 있고 생명력 넘친다.

 

  1연에서 일정 거리를 두고 피아노 치는 여자를 관찰하던 화자인 ''2연에 와서 피아노 소리를 들으면서 그 선율에 빨려 들어간다. 화자는 피아노 선율에서 바다를 떠올리고, 여기서 또 바다에 일렁이는 시퍼런 파도를 떠올리고, 파도에서는 날이 시퍼렇게 선 칼날의 이미지를 이끌어 낸다. 연상 작용(聯想作用)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이 시퍼런 칼날은 가슴을 파고드는 감동적인 피아노의 선율을 돌발적인 비유로 이미지화하여 생생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처럼 2연에서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여인의 손가락과 선율에 의해 연상되는 물고기가 바다의 이미지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화자는 경쾌한 피아노 소리를 들으면서, 피아노의 역동적인 소리가 주는 참신하고 생기 있는 이미지를 시각화하여 표현함으로써 그 감동을 신선하게 전달해 주고 있다.

 

 

작자 전봉건(全鳳健, 1928~1988)

 

 

  시인. 평남 안주 출생. 1950문예<()>, <4> 등이 추천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사랑을 위한 되풀이(1959), 춘향 연가(1967), 속의 바다(1970), 꿈 속의 뼈(1979), 피리(1980), 실향과 분단으로 말미암은 상흔을 담아낸 연작시 형태의 시집 북의 고향(1982), 새들에게(1983), (1984), 전봉건 시선(1985) 기다리기(1987) 등이 있다.

 

  그는 사랑을 위한 되풀이를 발간한 초기에는 전재의 비인간적인 부조리를 고발하고 평화에 대한 갈망을 노래하면서 후렴을 즐겨 사용하여 음악성을 추구하였다. 춘향 연가(1967)를 내놓은 중기에 와서는 사물에서 독특한 이미지를 포착하여 초현실주의적 경향이 강한 시를 많이 썼다. 그리고, 후반인 1980년대에는 동화적 순수성과 정신주의 추구라는 두 가지 특성을 드러내는 시와 함께 실향민의 향수와 수석에 관한 관심을 상상력의 원천으로 하는 시를 즐겨 썼다.

 

 

 

<해설 및 정리>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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