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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고향 / 정지용

by 혜강(惠江) 2020. 3. 16.

 

<사진 : 충북 옥천 '정지용 생가'>

 

 

 

고향

 

 

 

- 정지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 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 출전 동방평론(1932)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그리던 고향에 돌아온 화자가 변함없는 고향의 모습을 확인하지만 자신이 마음속에 간직한 옛날의 고향이 아닌 것을 깨닫고 그에 대한 상실감을 노래하고 있다. 그런데, 이 상실감은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고향의 황폐화에 따른 상실감이 아니라 화자 자신의 정서와 인식의 변화로 인한 상실감이라는 데 그 특징이 있다. 회고적이며 애상적 성격의 작품이다.

 

 이 시는 자연의 영원성과 인간의 유한성을 대조적으로 나타냄으로써 고향에 대한 상실감과 아픔을 부각하고 있으며,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고향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으며, 수미 상관을 통해 안전감과 주제 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1연에서는 고향에 대한 상실감을 드러내고 있다. 멀리 타향에 있다가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화자는 타향에서 마음속으로 그리워하던 그 고향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아니러뇨는 영탄적 종결어미로 화자의 상실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2연을 보면 그동안 고향의 자연 변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화자가 고향에서 상실감을 느끼는 이유는 3연에서 찾을 수 있다.

 

 3연에서 화자는 고향이 안식처가 되지 못한다고 상실감을 느낀다. 화자는 자신의 마음을 떠도는 구름에 비유하고 있는데, 이는 화자의 마음이 고향 어디에서도 안정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은 화자의 유랑 의식, 방황의 이미지이다. 즉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고향이 변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화자의 마음이 변한 것으로, 과거의 화자에게 고향은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었지만, 다시 돌아온 고향은 과거와 변함없는 모습일지라도 화자에게 이제는 위안과 안정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4연에 오면 고향의 자연은 변함없이 화자를 반겨 주는데, 5연은 다시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아니 난다며 변해 버린 화자의 모습을 드러낸다. , 2연과 4연에 나타난 변함없는 고향의 자연3연과 5연에 나타난 변해 버린 화자의 마음을 대조하여 화자가 느끼는 상실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마지막 6연에서 화자는 고향의 높푸른 하늘을 묘사하며 시상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라는 말을 통해 화자의 심정이 자연의 모습과는 대조적임을 부각하고 있다. 다시 돌아온 고향에서 느끼는 상실감과 허망함의 표현이다.

 

 다시 정리하면, 화자는 고향에 돌아와 고향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고향은 변함없는 자연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 그리던 고향이 아니며 화자의 마음에 더는 위안과 안정을 주지 못한다. 변함없는 고향의 자연과 변한 화자의 마음을 대조하여 보여 줌으로써 고향에 대한 상실감과 이로 인한 허망함을 부각하고 있다.

 

 이 시에서는 변함없는 고향의 자연을 나타내는 산꿩’, ‘뻐꾸기’, ‘구름’, 흰 점 꽃‘, ’하늘시어와 변해 버린 인간을 의미하는 어린 시절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남대조가 선명하다.

 

 작자 정지용의 시 중에는 <고향> 외에 같은 소재를 다룬 작품으로 <향수>가 있다. 이 작품에 곡을 붙여 널리 애송되고 있는데, <고향>이 현실의 고향에서 느끼는 상실감을 드러내는 데 반해 <향수>는 고향의 추억을 노래하며 간절한 그리움을 드러내는 점이 다르다.

 

 

 

작자 정지용(鄭芝溶,1902~1950)

 

 

 시인. 충북 옥천 출생. 섬세한 이미지와 세련된 시어를 특징으로 하는 193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초기에는 이미지즘 계열의 작품을 썼으나, 후기에는 동양적 관조의 세계를 주로 형상화하였다. 일본 도시샤대학 유학 시절(1926) 유학생 잡지인 학조(學潮)에 시 카페 프란스등을 발표하고, 1929년 졸업과 함께 귀국하여 휘문고등 보통 학교 재직시절 문인들과 교류했으며, 1930년 김영랑과 박용철이 창간한 시문학동인으로 참가했으며, 1933가톨릭 청년편집 고문으로 있을 때 이상(李箱)의 시를 세상에 알렸다. 같은 해 모더니즘 운동의 산실이었던 구인회(九人會)에 가담하여 기관지 시와 소설간행에 참여했다.

 

 1939년에는 문장의 시 추천위원으로 있으면서 박목월·조지훈·박두진 등의 청록파 시인을 등단시켰다. 해방 후 조선 문학가 동맹에 가담하여 활동하다가 19506·25전쟁 이후 월북했다가 1953년경 북한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작으로 <향수>, <>, <인동차> 등이 있고, 시집으로는 정지용 시집(1935), 백록담(1941) 등이 있다. 이론서로 문학독본(文學讀本)(1948), 산문(散文)(1949) 등이 있고, 1988년 민음사에서 정지용선집을 펴냈다.

 

 정지용의 문학세계는 대략 3가지로 구분될 수 있는데, 첫째는 바다(1927)향수(1927) 등은 향토적 정서, 섬세한 이미지 표현, 언어에 대한 각별한 배려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둘째는 가톨릭 청년에 관여하던 시기에 보여 준 종교적인 시이다. 이 시기에는 절대적인 신에게 관심을 두고 시대적 상황에 무력한 자신의 정신적 허기와 갈증을 신앙으로 메우려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때의 대표작으로는 나무(1934)를 들 수 있다.셋째는 동양적 전통과 정신에 바탕을 둔 산수시이다. 이 시기에 그는 동양적 정신과 산수의 풍경을 그리는 여행을 떠남으로써, 시적 소재가 바다(1935)를 거쳐 옥류동(1937), 비로봉(1938), 장수산(1939), 백록담(1939)으로 바뀐다. 바다를 거쳐 산으로 오르는 이런 시의 세계의 변모는 즉 일제강점기 말의 암울한 현실에 구애됨이 없이 자연에 몰입하고자 하는 시인의 정신세계를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자연을 대상으로 삼아 시어의 조탁(彫琢)과 섬세하고 선명한 이미지로 독특한 시의 세계를 표현했는데, 이러한 성격은 한국의 서정시를 계승한 것으로서 이후 제자 격인 청록파의 시 셰계로 이어졌다.

 

 

 

<해설 및 정리>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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