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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강강술래 / 이동주

by 혜강(惠江) 2020. 3. 14.

 

<출처 : 다음블로그 '하늘바람'>

 

 

 

강강술래

 

- 이동주

 

 

여울에 몰린 은어(銀魚) .

 

삐비꽃 손들이 둘레를 짜면

달무리가 비잉빙 돈다.

 

가아응 가아응 수우워얼래에

목을 빼면 설움이 솟고……

 

백장미(白薔微) 밭에

공작(孔雀)이 취했다.

 

뛰자 뛰자 뛰어나 보자

강강술래

 

뇌누리에 테이프가 감긴다.

열두 발 상모가 마구 돈다.

 

달빛에 배이면

술보다 독한 것

 

기폭(旗幅)이 찢어진다.

갈대가 스러진다.

 

강강술래

강강술래  

 

                  - 이동주 시집 

 

 

<시어 풀이>

 

*삐비꽃 : ’삐디의 전라도 사투리. 벼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로 꽃이 피기 직전에 어리고 부드러운 꽃이 핀다.

*달무리 : 달 언저리에 둥그렇게 생기는 구름 같은 허연 테.

공작(孔雀) : 공작새, 꿩과의 새. 꿩과 비슷하나 깃이 매우 화려하고 몸이 크다.

*뇌누리 : 소용돌이,또는 여울의 옛말

*상모 : 민속 풍물놀이에서, 벙거지의 꼭지에다 참대와 구슬로 장식하고 그 끝에 해오라기의 털이나 긴 백지 오리를 붙인 것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전통 민속춤인 강강술래를 소재로 하여 우리 민족의 보편적 정서인 한()을 노래한 작품이다. 무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된 강강술래는 해마다 팔월 한가윗날 밤, 둥그런 달빛 따라 곱게 단장한 여인들이 삼삼오오 짝지어 풍악 한마당 선창에 뒷소리 강강술래가 꼬리를 물고 빙글빙글 돌면서 뛰노는 여인들의 놀이이다.

 

  여인들이 옷을 화려하게 차려입고 추는 춤이 보여 주는 회화성과 노래에서 느껴지는 음악성이 조화를 이루어 강강술래의 율동감과 가락을 바로 옆에서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조(語調) 면에서는 생동하는 춤에서 드러나는 활력을 지니는 한편, ()의 정서인 애상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또한, 간결한 묘사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표현, 춤을 추기 전의 모습에서 점차 빠르게 돌아가는 춤사위를 시간의 흐름에 따른 추보식 구성으로 묘사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또한, 고요함에서 시작하여 차츰 빠른 율동과 가락으로 옮겨진 뒤 한껏 고조된 노래와 춤을 묘사하는 것으로 종결지음으로써 독자의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고 있다.

 

  9연으로 된 이 시는 1연은 춤을 추기 위해 서로의 손을 잡고 서 있는 여인들의 발랄한 모습을 은어 떼에 비유하고, 2연은 완만한 리듬으로 원을 그리며 춤이 시작되는 것을 달무리가 비잉빙 돈다라고 묘사한다. 원무(圓舞)가 시작됨을 암시한다.

 

  이어 3연에서 가아응 가아응 수우워얼래의 느린 가락과 목을 빼는 동작을 보여 주는데, 그 모습이 ()‘이 서려 있다. 4연에서는 그 가락과 동작을 백장미밭에/ 공작이 취했다로 미화한다. 백장미 향기에 공작이 취한 듯 달빛의 신비롭고 황홀한 정경에 취한 여인들의 춤추는 모습이 환상적이다.

 

  5연은 강강술래의 율동과 호흡이 점차 빨라지는 모습이며, 6연에서는 더욱 속도가 빨라져 격렬하게 돌아간다. ‘뇌누리에 테이프가 감긴다.’에서는 카세트의 빨리 감기가 연상되고, 빠른 속도감이 열두 발 상모가 마구 돈다.’에서 신명이 느껴진다. 특히 '뇌누리'라는 '소용돌이'의 고어를 살려낸 것이 아주 인상적인데, ’테이프라는 외래어가 고전미와는 좀 동떨어진 것 같아 어색하다.

 

  7연에 이르면 '달빛이 배이면 술보다 독한 것'이란 표현으로 춤이 무아(無我)의 경지에 도달했음을 요약함으로써 춤이 막바지에 이른 순간의 격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 해소되는 순간이며, 자연과 인간이 합치된 순간이다.

 

  8~9연에 이르면 기폭이 찢어지고, ’갈대가 쓰러지고 격렬하게 움직이는 원무(圓舞)가 최고조에 이른 뒤 강강술래 강강술래여운을 남기고 끝난다. 여인들의 한()도 춤사위를 통해 승화된 것이다.

 

 집단 원무를 추는 여성들의 공동체 정신과 춤에 몰입하는 도취성과 역동적인 모습을 그린 이 시는 마치 우리를 꿈과 현실이 한자리에 어울린 듯한 환상에 젖게 만든다. 춤추는 여인들을 은어 떼‘, ’달무리‘, ’공작비유한 것이나 느리고 빠른 속도의 울동미 등 우리 민족적 성향인 고전미를 담아낸 것이나 우리 민족의 한()의 정서를 잘 표현했다는 점에서 큰 성과를 보여 준다.

 

  특히 강강술래라는 민속놀이는 그 유래가 역사적인 사건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수병을 거느리고 왜군과 대치하고 있을 때, 적에게 해안을 경비하는 우리 군의 위세를 보여 주기 위해 부녀자들이 수십 명씩 떼를 지어 해안 산봉 곳곳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강강술래를 부르게 한 데서 비롯된 것인데, 전란이 끝난 뒤 해안 지대의 부녀자들 사이에 당시를 기념하기 위하여 강강술래라는 노래를 부르며 놀던 것이 전라도 일대에 퍼져 전라도 지방 여성들의 민속놀이가 되었다.

 

 

작자 이동주(李東柱, 1920~1979)

 

 

  해남 출신, 19406조광(朝光)에 시 <귀농> , <상렬(喪列)> 등을 발표하면서부터 문학 활동을 시작하였고, 1950년 서정주의 추천을 받아 문예(文藝)지에 <황혼(黃昏)>, <새댁>, <혼야(婚夜> 등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하였다. 시집 혼야(1951), 강강수월래(1955)를 발간하였고, 유고집으로 시선집 산조(1979), 실명소설집 빛에 싸인 군무(群舞)(1979) 등이 있다. 그의 시작품의 특성은 한국적 정서에 기반을 둔 향토적 서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 있다.

 

 

 

/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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