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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자전거 / 김종길

by 혜강(惠江) 2020. 3. 11.

 

 

<출처 : 네이버 블로그 '오청기 'e-starkey'>

 

 

 

자전거 


 

 

- 김종길

 

 

 
내리막길에는 가속(加速)이 붙는다.
발은 페달에 올려놓으면 된다.

 

그러나 균형은 잡아야 한다.
무엇이 갑자기 뛰어들지도 모른다.
그런 뜻하지 않은 일에도 대비해야지.

 

그런데도 그런대로 편안한 내리막길,
바퀴살에 부서져 튕기는 햇살,
찌렁찌렁 울리는 방울.

 

언덕길 밑바지에선 해가 저물고
결국은, 결국은 쓰러질 줄 알면서도,
관성(慣性)에 몸을 실어, 제법 상쾌하게,

 

가을 석양(夕陽)의 언덕길을 굴러 내려간다.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아가면서,
지그시 브레이크도 걸어보면서.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석양의 내리막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상황을 인생의 황혼기에 유추함으로써 노년기의 죽음을 여유롭게 바라보는 삶의 태도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화자는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인생의 순리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려는 자세를 드러내고 있으며, 노년의 삶의 모습을 가을 석양이라는 자연현상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1연은 가속이 붙는 내리막길을 표현하고 있다. ‘내리막길에서는 가속이 붙는다.’에서 내리막길은 인생의 황혼기를, ‘가속이 붙는다는 세월이 빨리 간다는 뜻이다. 그리고 발은 페달에 올려놓으면 된다라는 표현은 노년의 정신적인 여유와 편안한 삶의 모습을 드러낸다.

 

  2연은 내리막은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갑자기 뛰어들지도 모를, 뜻하지 않은 사태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균형은 절제된 삶을 가리킨다.     

 

  3연은 편안한 내리막길을 표현하고 있다. ’바큇살에 반짝이는 햇살‘, ’찌렁찌렁 울리는 방울에 나타난 감각적 이미지는, 삶에 대한 수용적 자세에서 오는 아름다움과 여유를 말하고 있다.

 

  4연은 쓰러질 것을 알면서도 상쾌한 내리막길을 노래하고 있다. ’언덕길 막바지에서 해가 저물고는 인생의 황혼기에 이르렀음을 의미하며, ’결국은 쓰러질 것을 알면서도는 언젠가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할 것을 안다는 것인데, ’관성에 몸을 실어, 제법 상쾌하게즉 자연의 순리에 따라 편안하게 인생의 황혼기를 살겠다는 것이다.

 

  5연은 가을 석양의 언덕길의 내리막길을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아가면서, 지그시 브레이크도 걸어보면서가고자 한다.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아가면서는 어렵지만 자기 행동을 절제하면서 지그시 브레이크도 걸어 보면서즉 여유로운 마음으로, ‘가을 석양의 언덕길인 인생의 황혼기를 누리는 삶을 노래하고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한다. 따라서 노년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는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화자는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한 노인으로서 노년기와 죽음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며 자기 절제와 여유로움으로 바라보고 있다. 

 

 

작자 김종길(金宗吉, 1926~2017)

 

 

  시인이며 영문학자. 경북 안동 출생. 본명은 김치규. 1947경향신문신춘문예에 <()>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일상생활의 주변에서 시의 소재를 얻으며, 열띤 감정이나 감상, 혼돈에 젖지 않는 시풍을 이룬다. 시집으로 성탄제(1969), 하회에서(1977), 황사 현상(1986), 해거름 이삭줍기(2008) 등이 있다. 대표작으로는 <성탄제>, <고갯길>, <자전거> 등이 있다.

 

 
 

/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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