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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푸른 하늘을 / 김수영

by 혜강(惠江) 2020. 3. 11.

 

 

 

 

푸른 하늘을

 

 

- 김수영

 

 

 

푸른 하늘을 제압(制壓)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詩人)의 말은 수정(修正)되어야 한다

자유(自由)를 위해서
비상(飛翔)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革命)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 거대한 뿌리(1974)

 

 

 

이해와 감상

 

 

  이 시는 4·19혁명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 발표 직후 쓴 작품으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있고 혁명은 고독한 것으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투쟁과 고통이 따르는 것이며, 혁명은 투쟁과 노력으로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격정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화자는 감정의 절제를 통해서 자유와 혁명의 의미를 형상화하고 있으며. 푸른색과 붉은색의 선명한 색채를 보이며, 직설적 어조를 통해 주제 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1연에서 시인은 희생 없는 자유는 무의미하다고 비판한다. 시인은 노고지리를 예찬한 어느 시인의 표현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면서 노고지리의 비상을 통한 낭만적 자유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푸른 하늘은 자유의 공간, 혹은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그것을 제압한다는 것은 단순히 즐겁게 노니는 것이 아님을 말하고 있다. ‘수정되어야 한다.’라고 표현한 것은 노고지리가 자유롭게 날아다닌다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는 도외시한 채, 다만 자유로운 비상만을 노래한 것이 잘못임을 지적하고 있다.


   2연은 그것을 설명해 주는 부분으로, 자유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밝혀준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는 것은 '무엇을'이라는 분명한 목표와 피로 대유된 투쟁, 그리고 고독을 함축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피의 냄새는 혁명의 고통이 전제될 때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혁명은 고독한 것이라고 한다. ‘의 붉은색은 1연의 푸른 하늘의 푸른색과 대비되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마지막 연에서는 다시금 그러한 혁명적 행위가 고독해야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는 혁명이라는 미명하에 휩쓸리기 쉬운 타락상을 경계시키는 경구(警句)라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구절은 혁명에 수반되는 허탈감이나 승리의 기쁨 같은 일체의 감정을 배제함을 물론, 실패에서 오는 좌절까지도 견뎌낸다는 굳건한 의지가 담겨 있는 표현임을 알 수 있다.

 

  19604월에 학생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4·19 혁명은 반정부 민주주의 혁명이었다.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에 항의하며 민주적 절차에 의한 정권 교체를 요구했다. 시위과정에서 경찰이 쏜 총탄에 수많은 국민이 피를 흘리고 죽거나 다친 희생 위에서 4.19의 장엄한 민주혁명을 쟁취했다.

 

  화자는 자유 투쟁의 혁명을 바라보면서, 그것은 가만히 앉아 거저 얻어지는 수동적 소극적인 개념이 아니라, 싸워서 획득해야 하는 적극적 실천적 개념이라며, 실천적인 투쟁과 노력 없이는 온전히 누릴 수 없다고 역설한다. 혁명이란 철저한 자기변혁을 위한 고통을 스스로 이겨내야 하므로 외롭지 않을 수 없고, 실패에서 오는 좌절까지도 견뎌야 하는 굳건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일깨워 준다.

 

 

 

작자 김수영(金洙映 1921-1968)

 

 

  서울 출생. 연희전문 영문과 졸업. 북한 의용군에 강제 징집,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석방됨. 1945 예술부락 <묘정(廟廷)의 노래>로 등단. 1948년 김경린, 박인환 등과 함께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발행하여 모더니스트로 출발함.

 

  그러나 1959년에 시집 달나라의 장난을 발간함으로써 문학에 있어 안이한 서정성의 배격과 지식인의 회의(懷疑), 방황, 좌절, 고뇌 등이 깊이 새겨진 참여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음. 유고시집으로 거대한 뿌리(1974), 사랑의 변주곡(1988) 등이 있음

 

 

 

 

/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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