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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눈 / 김수영

by 혜강(惠江) 2020. 3. 9.

 

 

 

 

 

 

- 김수영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詩人)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靈魂)과 육체(肉體)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詩人)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  문학 예술(1956)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순수를 표상하는 을 제재로 하여 순수하고 정의로운 삶에 대한 소망과 부정적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은 순수한 생명력의 상징으로, 화자는 가래를 대립적인 관계로 보고, 기침하여 가래를 뱉는 행위를 통해 순수한 삶에 대한 소망과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 ‘눈은 살아 있다기침을 하자의 반복과 변주를 통해 점층적으로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 ‘하자의 청유형 어미를 반복하여 적극적으로 함께 행동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1연은 눈은 살아 있다라는 문장을 반복, 변형하여, 순수한 생명력을 지닌 의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2연에서는 기침을 하자라는 문장을 반복, 변형하여, 순수한 내면 의식을 지향하는 화자의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서 기침을 하도록 권유받는 젊은 시인은 곧 화자인 동시에 순수함을 추구하는 시인 자신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기침을 하는 행위는 불순한 것을 뱉어내는 자가정화(自己 淨化) 행위로서, 부조리한 현실에서 사는 화자의 내면 의식에 잠재해 있는 불순물, 즉 속물적 근성, 소시민성, 현실과 타협하려는 부정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것을 정화하여 순수하고 정의로운 삶을 회복하려는 행위로 볼 수 있다.

 

 3연에서는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는 생명력을 노래한다. ‘으로 대표되는 순수의 세계는 오로지 자신에 대한 정화와 성찰에 매진하고 있는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만이 도달할 수 있는 세계임을 알려 준다.

 

 한편 4연에서는 삶의 불순물을 거부하는, 순수한 삶에 대한 소망을 드러낸다. 화자는 자신의 가슴에 불순한 가래가 고여 있음을 확인하고, 순수의 상징인 눈을 바라보며 마음껏 뱉자라고 한다. 이 행위는 현실의 더러움을 정화하고 순수한 삶에 도달하고자 하는 화자의 소망과 의지가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수영은 ''이라는 제목의 시를 세 편을 썼다. 이 시들은 구성이나 내용에는 많은 차이가 있으나, 눈이 가지는 이미지만은 세 편 모두 비슷하다. 이 시는 1954년 대통령직을 연임한 이승만이 장기 집권을 위해 대통령 3선 제한의 철폐를 핵심으로 하는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시대적 배경 속에서 창작되었다. 이 시에서 시인은 기침을 하자’, ‘가래를 뱉자라고 하면서 현재의 부정부패 한 현실을 물리치고 순수하고 정의로운 삶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는 참여시라고 할 수 있다.  

   

 

<참고> 참여 문학(參與文學)

 

 참여 문학이란 문학은 현실에 대해 비판적이고 사회 변혁에 실천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문학 이념을 가리키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서 참여 문학은 1950년대 중·후반 이후 문학의 사회 참여적 역할과 의의에 대한 작가들의 자각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전후의 피폐함 속에서 극단적인 궁핍을 겪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으로 이어져 실존주의 사상이 널리 퍼져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4·19 혁명을 기점으로 참여 문학이 더욱 불붙기 시작하였으며, 1960년대 김수영, 신동엽 등의 시인들에 의하여 현실 문제, 예를 들면 분단과 통일, 민족 민중 의식 등을 시적 제재로 취급하면서 세 차례의 격렬한 순수 - 참여 문학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1970년대부터는 우리 민족과 민중들을 문학적 형상화의 주체로 삼는 시민 문학론, 민족 문학론, 노동자 농민 문학론 등으로 발전하였다.

 

 

작자 김수영(金洙暎, 1921~1968)

 

 

 시인. 서울 출생. 1947. 그의 문학 활동은 1945년 문예지 예술부락<묘정(廟庭)의 노래>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그 뒤 김경린·박인환·임호권·양병식 등과 함께 합동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1949)을 간행하여 모더니스트로 주목을 받았다. 이때는 모더니스트의 일반적 경향인 현대문명과 도시 생활을 비판적으로 노래했으나, 서구 사조를 뒤쫓는 일시적이고 시사적인 유행성에 탐닉하지 않고 새로운 시대의 전진로를 개척하려 했다는 점에서 서구 취향의 모더니스트의 자기 극복 과정을 보여준다.

 

  1950년대 후반부터는 모더니스트들이 지닌 관념적 생경성을 벗어나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겪어야 했던 지적 방황과 번민을 풍자적이며 지적인 언어로 시화하였다. 1959년에 간행된 달나라의 장난은 이 시기의 시적 성과를 수록한 첫 개인시집이다. 대표작으로는 달나라의 장난, 헬리콥터, 병풍, , 폭포등을 꼽을 수 있다.

 

 그가 본격적인 자신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은 1960년 이후다. 강렬한 현실비판의식과 저항 정신에 뿌리박은 그의 시적 탐구는 1960년대 참여파 시인들의 전위적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때의 대표작품으로 푸른 하늘을, 강가에서, 거대(巨大)한 뿌리,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을 들 수 있다.

 

  그는 현실의 억압과 좌절 속에서 일어서고자 하였던 1960년대의 대표적인 시인의 한 사람이며 현실참여의 생경하지 않은 목소리를 보여줌으로써 1970년대는 물론 1980년대까지 강력한 영향을 미친 시인이라 할 수 있다.

 

 시집으로 달나라의 장난(1959) 외에 죽은 뒤 출판된 거대한 뿌리(1974), 달의 행로를 밟을지라도(1976)와 산문집 시여, 침을 뱉어라(1975), 퓨리턴의 초상등이 있다.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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