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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그림엽서 / 김남조

by 혜강(惠江) 2020. 3. 8.

 

 

 

 

그림엽서

 

 

- 김남조

 

 

 

여행지 상점가에서

그림엽서 몇 장 고를 때면

별달리 이름 환한

사람 하나 있어야겠다고

각별히 절감한다.

 

이국의 우표 붙여

편지부터 띄우고

그를 위해 선물을 마련할 것을

 

이 지방 순모 실로 짠

쉐타 하나, 목도리 하나,

수려한 강산이 순식간에 다가설

망원경 하나,

유년의 감격 하모니카 하나,

일 년 동안 품 안에 지닐

새해 수첩 하나,

특별한 꽃의 꽃씨, 잔디씨,

여수 서린 해풍 한 주름도 넣어

소포를 꾸릴 텐데

 

여행지에서

그림엽서 몇 장 고를 때면

불 켠 듯 환한 이름 하나의 축복이

모든 이 그 삶에 있어야 함을

천둥 울려 깨닫는다.

 

                           - 희망 학습(1998)

 

 

<시어 풀이>

 

별달리 : 다른 것과 특별히 다르게.
각별히 : 어떤 일에 대하여 유달리 특별한 마음가짐이나 자세로.
수려한 : 빼어나게 아름다운.
여수 : 객수. 객지에서 느끼는 쓸쓸함이나 시름.

 

이해와 감상

 

 이 시는 화자가 외국 여행지에서 그림엽서를 고를 때 얻은 깨달음을 담담한 어조로 서술한 작품이다.

 

 1연은 여행지에서의 깨달음을 적고 있다. 그 깨달음이란 바로 '별달리 이름 환한 사람'의 필요성이다.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특별하게 여기는 존재, 사랑하는 존재가 있게 마련이다. 특히 낯선 외국을 여행하다 엽서를 고를 때면 그러한 존재가 더 그립고, 소중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런 사람의 존재는 나의 삶을 더욱 아름답고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어 준다. ‘별다리 이름 환한 사람은 엽서를 보내고 싶은 애틋한 대상이다.

 

 2연은 사랑하는 그 사람을 위해 편지와 선물을 보내겠다는 생각이 들어, 3연에서는 ''에게 보내고자 하는 선물들의 목록을 상상한다. 쉐타. 목도리, 망원경, 하모니카, 새해 수첩, 꽃씨, 잔디씨, 해풍 한 주름 이들 목록들은 오감을 모두 사용한 감각적 이미지와 맑고 순수한 언어들로 이루어져 있어 이 시의 아름다움을 한껏 살려준다.

 

 마지막 4연은 개인적 체험을 보편적 깨달음으로 확대한다. ‘불 켠 듯 환한 이름 하나의 축복이 / 모든 이 그 삶에 있어야 함을의 표현에서 선물을 줄 사랑하는 이가 있다는 것은 삶의 축복이라면서 모든 이 그 삶에 있어야 할 것을 수미 상관의 구조로 반복, 변주하면서 여행 체험에서 얻은 삶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1연에서 '각별히 절감한다'는 표현을 5연에서 '천둥 울려 깨닫는다'로 변형하여 표현하여, 의미상 깨달음을 나타낸다는 의미를 반복하고 있는데, 이런 변주의 표현 방법은 주제를 강조하는 효과를 준다.

 

 이 시는 수미 상관의 시적 구조를 사용한 것 외에 감각적 이미지의 사용이 두드러지고, 맑고 투명한 언어들로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 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김남조 시인은 자신의 생활 체험과 신앙을 바탕으로, 자아 정체성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정화하는 시를 창작함으로써 서정시가 주는 감흥과 감동을 갖추어 여성 특유의 친근성을 지닌 서정시를 씀으로써 한국 서정시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설>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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