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겨울 바다 / 김남조

by 혜강(惠江) 2020. 3. 8.

 

 

 

 

겨울 바다

 

-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海風)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십(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 겨울 바다(1967)

 

<시어 풀이>

물이랑 : 배 따위가 지나는 길에 물결이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일어나는 물결.

인고(忍苦) : 괴로움을 참음.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소멸과 생성의 공간인 겨울 바다의 이중적인 이미지와 물과 불의 대립적 이미지를 바탕으로 극적 긴장감을 환기한 다음, 수심 속의 물기둥을 통하여 절망과 허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시각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이 시에서 보는 겨울 바다는 죽음과 생성, 절망과 희망, 상실과 획득, 이별과 만남의 복합 이미지의 상징어로 볼 수 있다. 시의 화자인 는 허무와 절망과 상실감에 사로잡혀 있다가 겨울 바다에 와서 사색하는 중 겨울 바다에서의 깨달음을 통해 삶을 긍정적으로 희망을 품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시의 특징으로는 특정 공간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여 주제를 드러내고 있으며, 물과 불의 대립적 이미지의 시어를 통해 주제를 형상화하고 있다. 그리고 기도하는 듯한 독백적 어조로 화자의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1연에서 화자는 겨울 바다를 미지의 새들이 죽어 버린 소멸의 공간으로 인식한다. 화자는 겨울 바다에서 미지의 새가 죽고 없음을 발견한다. 꿈과 이상을 상징하는 미지의 새가 죽었다는 것은 상실과 좌절을 의미한다.

 

 2연에서 화자는 사랑의 상실로 인해 절망과 허무를 느끼게 된다. 그때 살 속을 파고드는 매운 해풍까지 불어 그사이 자신을 지켜 주고 지탱하게 했던 사랑마저도 실패로 끝나는 삶의 좌절을 체험하는 것이다. 그러나 화자는 사람은 누구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시간 속의 유한적 존재이지만, 지금 겪고 있는 괴로움은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치유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통해 긍정적 삶을 인식하기에 이른다. ‘허무의 불은 소멸해 버릴 수밖에 없는 상실감이지만, 여기 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생성의 이미지로서 허무, 절망, 죽음을 극복한 포용과 수용의 존재이다. 이 두 개의 심상이 서로 대립적인 관계를 이루어 주제를 형상화하고 있다.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는 사랑의 상실로 인한 허무감과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 간의 갈등을 형상화한 것이다. 물은 해당한다.

 

 3연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통한 성숙과 긍정적인 삶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고 있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이란 표현은 시간의 지남에 따라 성숙해짐을 드러낸 것이고,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라는 표현은 인간의 유한성을 깨닫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이때 겨울 바다는 깨달음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4연에서는 이러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기도를 통해 긍정적 삶의 자세를 다짐한다. ‘남은 날은 적지만은 삶의 유한성을 자각한다는 뜻이며, 그래서 화자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고자 기도드린다. ‘기도의 문은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매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5연은 주제가 집약되는 연으로, 허무한 삶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기도를 올리며 영혼의 부활을 소망하던 화자는 다시금 겨울 바다에 섰을 때, 그곳은 죽음의 공간이 아닌 소생의 공간이 되어 삶에 대한 뜨거운 의지가 커다란 물기둥같이 솟구쳐 오르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겨울 바다는 소멸의 공간이 아니라 생성과 희망의 공간이다. ‘인고의 물은 소멸, 허무, 절망을 초월하는 극복 의지를, ‘수심은 극복 의지의 깊이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라는 구절은 극복 의지를 시각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이처럼 화자가 파악하고 있는 겨울은 사계절의 끝이자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이다. 죽음의 계절이자 재생을 잉태하고 있는 계절이라는 모순적 의미가 있는 것이다. ‘바다도 물의 순환이 끝나는 종착지이면서 시발지이다. 따라서 겨울 바다라는 시어는 죽음과 생성, 절망과 희망, 상실과 획득, 이별과 만남의 복합적 의미를 지닌다. 이 시에서 시인은 겨울 바다를 소멸, 허무의 공강에서 깨달음의 공간을 거쳐 생성의 공강으로 파악하면서 시상을 전개해 나갔다.

 

 

작자 김남조(金南祚, 1927 ~ )

 

시인. 대구 출생. 1950연합신문성숙’,‘ 잔상등을 발표하며 등단하였다. 진솔한 자기 삶의 증언과 묘사를 통해 인간의 삶과 사랑을 그리는 시를 주로 썼다. 시집으로 목숨(1953), 겨울 바다(1967), 설일(1971), 귀중한 오늘(2007), 사람아, 사람아(2020) 등이 있다.

 

 

 

'문학관련 > - 읽고 싶은 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일(雪日) / 김남조  (0) 2020.03.09
그림엽서 / 김남조  (0) 2020.03.08
초토(焦土)의 시 8 / 구상  (0) 2020.03.07
초토(焦土)의 시 1 / 구상  (0) 2020.03.07
마음의 태양(太陽) / 조지훈  (0) 2020.03.0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