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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낙화(落花) / 조지훈

by 혜강(惠江) 2020. 3. 5.

 

 

 

 

 

낙화(落花)

 

 

 

- 조지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섬긴 별이

하나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촟불을 꺼야하리

꽃이 지는데

 

꽃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안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마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출전 청록집(1946)

 

 

<시어 풀이>

 

 

주렴 : 구슬 따위를 꿰어 만든 발.

성긴 : 드문드문한
귀촉도 : 두견새.
우련 : 보일 듯 말 듯 은은하게.

저어하노니 : 두려워하니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세상을 피해 은둔하며 살아가는 화자가 떨어지는 꽃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삶의 무상감과 비애, 절망감을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노래하고 있다.

 

 이 시는 새벽아침의 시간의 흐름과 외부내부의 시선의 이동에 따라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또 모든 연이 2행으로 구성되어 절제된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시의 각 연은 4음보의 율격을 지니며, 한 연이 시조의 한 장을 이루어 3수의 연시조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줌으로써 정형적인 율격이 느껴진다.

 

 . ‘주렴’, ‘귀촉도’, ‘미닫이와 같은 예스러운 느낌의 시어와 우련’, ‘저어하다와 같은 고풍스러운 어휘를 사용하고, 새벽이 되자 희미한 모습을 드러내는 머언 산’, ‘하얀 미닫이에 은은하고 붉게 비치는 꽃잎의 모습을 제시하여 이미지 면에서 마치 한 편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줌으로써 전통적 정서를 환기하고 있다.

 

  모두 9연으로 이루어진 시는 내용상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1~3연의 꽃이 지는 시간을 기다리는 서글픔, 4~6연은 방안에서 느끼는 낙화의 아름다움, 7~9연은 꽃이 지는 아침에 느끼는 서글픔으로 구분된다.

 

 이 시는 꽃의 떨어짐으로 인한 서운함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 화자가 뜰을 보며 동틀 무렵의 시간을 인식하면서 시작한다. 이는 성긴 별이/ 하나둘 스러지고’, ‘촛불을 꺼야 하리등의 시구를 통해 알 수 있다. 이 시에서 화자는 꽃이 지는 것을 거부하지 않고 대자연의 섭리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꽃이 떨어지는 시간이 가까워지자 꽃이 지는 그것에 대해 서글픔을 느끼게 된다. 동틀 무렵, 별이 하나둘 사라지고, 귀촉도의 서러운 울음소리도 사라진 후에, 화자는 이내 시선을 방 안으로 돌려 미닫이창에 은은히 붉게 비치는 꽃의 그림자를 바라본다. 꽃이 떨어지면서 드러내는 은은한 붉은빛은, 세상을 피해 꽃과 함께 살아가는 화자의 서글픔이 담겨 있는 빛깔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의 화자의 한과 슬픔의 정서는 귀촉도 울음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된다.

 

 촛불을 끄고 꽃이 떨어지는 아름다움을 바라본 후, 자신의 내면으로 시선을 돌린다. 세상을 피해 은둔적 삶을 살아가는 화자 묻혀서 사는 이는 꽃이 지는 광경을 보고 울고 싶다라는 표현을 통해 꽃이 지는 아침을 맞으며 울고 싶은 비애감과 무상감을 토로하며 시를 마무리한다.

 

 이처럼 이 시의 화자는 모두가 아침의 시작과 생성을 기뻐할 때, 홀로 숨어 소멸하는 존재를 위해 슬퍼하는, 묻혀 사는 이의 고운 마을을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시를 쓴 시대적 배경이 우리말로 글을 자유롭게 쓸 수 없었던 일제 강점기 말에 창작된 것으로 볼 때, ‘낙화를 바라보는 화자의 애상적인 시선 속에는 험난한 시대에 대한 시인의 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인은 해방 직전의 암흑기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하고 숨어서 시를 썼다. 이러한 시인의 태도는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이라는 시구에 표현되어 있다. 또한,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사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상실감에 울고 싶은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작자 조지훈(趙芝薰, 1920~1968)

 

 

  시인. 경북 영양 출생. 본명 동탁(東卓). 1939문장지를 통하여 <고풍 의상>, <승무>, <봉황수> 등으로 정지용의 추천을 받아 등단하였다. 고전적 풍물을 소재로 하여 우아하고 섬세하게 민족 정서를 노래하였으며, 박두진, 박목월 등과 청록집(1946)을 간행하였다. 시집으로 풀잎 단장(1952), 역사 앞에서(1959), 여운(1954) 등이 있다.

 

 

 

* 해설 및 정리 : 남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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