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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강(江) 2 / 박두진

by 혜강(惠江) 2020. 3. 5.

 

 

 

 

() 2

 

 

- 박두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 날 강물은 숲에서 나와 흐르리.

 

비로소 채색되는 유유(悠悠)한 침묵

꽃으로 수장(水葬)하는 내일에의 날개짓

 

, 흥건하게 강물은 꽃에 젖어 흐르리

무지개 피에 젖은 아침 숲 짐승 울음

 

일체의 죽은 것은 떠내려 가리

얼룽대는 배암 비눌 피발톱 독수리의,

 

이리 떼 비둘기 떼 깃죽지와 울대뼈의

피로 물든 일체는 바다로 가리.

 

비로소 햇살 아래 옷을 벗는 너의 전신(全身)

강이여. 강이여. 내일에의 피 몸짓

 

네가 하는 손짓을 잊을 수가 없어

강 흐름 핏무늬길 바다로 간다

 

                                    - 거미와 성좌(1962)

 

 

<시어 풀이>

 

얼룽대는 : ‘얼룽얼룽하다’, 크고 뚜렷한 무늬나 점 따위가 고르게 촘촘하다

죽지 : 새의 날개()가 몸에 붙은 부분,

울대뼈 : 앞 목에 두드러져 나온 뼈

 

 

이해와 감상

 

 

 이 시는 1962년에 출간된 세 번째 시집 거미와 성좌에 수록되어 있으며, 역의 흐름을 강에 밋대어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현실을 극복하고 평화로운 세계에 대한 의지를 비장한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다.

 

 이 시에서 강물은 역사의 흐름을 상징한다. 우리의 역사는 변함없이 흘러가는데, 그 가운데 6.25의 피로 물든 역사의 현장인 을 지나가게 된다. 화자는 강물이 피로 물든 것들을 모두 정화시켜서 평화로운 세계인 바다로 흘러가는 것으로 표현하여 극복하려 하고 있다. 역사적 현실에 대한 인식과 의지적, 미래지향적인 태도가 드러나 있다.

 

 

 1연은 밝은 미래에 대한 예측을 표현하고 있다. 화자는 강물로 표현된 6.25 전쟁이라는 격동의 역사를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그날을 바라보고 있다. ‘그날은 고통을 극복한 미래의 어느 날이다. 그러면서 그날 강물은 숲에서 나와 흐르리라고 희망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2연은 밝은 미래를 향한 움직임을 노래하고 있다. ‘유유한 침묵은 격동의 현장에서 벗어난 강물이 비로소 평온하게 흐르는 것을 의미하며, ‘꽃으로 수장하는으로 표현된 찬란한 미래를 향하여 아픈 역사를 물속에 정화시킨다는 뜻이며, ‘날개짓은 내일을 향하여 비상하기 위한 몸짓이다.

 

 3연은 밝은 미래에 대한 소망을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은 전쟁에 희생된 소중한 생명을 자양분으로 하여 자란 겨레의 밝은 소망을 상징하는데, 꽃에 젖어 흐르리는 흐르는 강물이 희생된 이들의 고귀한 마음을 품고 있다는 뜻이며, ‘무지개 피에 젖은 아침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흘린 고귀한 피값으로 맞이하는 아침이며, 이들 아침 숲울부짓는다며 미래에 대한 소망을 드러내고 있다.

 

 4~5연에서는 강물이 숲에서 나오기 이전의 상황, 즉 민족의 분열과 고통의 시대였던 힘든 역사적 현실을 안고 흐르는 강물을 노래하고 있다. 내용상 한 연을 이루는 4, 5연에서는 죽은 것, 위협적인 뱀의 비늘, 피로 물든 독수리의 날카로운 발톱, 기타 피로 물든 일체는 비둘기처럼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겨레 모두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고 피로 물들였으므로 바다로 가라고 한다. 강물이 피로 물든 곳을 지나가면, 그 피는 강물에 휩쓸려 바다로 갈 때쯤에는 그 흔적이 하나도 남지않을 것임을 화자는 알고 있다. 그리고 바다는 강물이 다다르는 최종 목적지로, 한 역사의 물줄기가 도달해야 할 위대한 시기이며, 동시에 슬픔의 역사를 청산해야 하는 지점이다.

 

 그래서 6~7연에서는 밝은 미래를 위한 마지막 몸부림과 함께 그 미래에 대한 전망을 노래하고 있다. ‘옷을 벗는 너의 전신은 더러운 옷을 벗고 새롭게 열리는 시대를 의인법으로 표현한 것이며, ‘내일에의 피몸짓은 평화로움 미래를 위한 고난을 의미하는 것으로, 바다로 가는 길이 피로 얼룩진 길이지만 그것은 소망스런 내일을 향한 피몸짓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이 시에서도 대립적인 시어와 시구들이 많이 사용되었다. ‘, 독수리, 이리민족을 위협하는 것들로 등장한 것이며, ‘, 은 밝은 미래를 상징하는 것이다. , ‘일체의 죽은 것, 피로 물든 일체가 부정적인 이미지라면 그날, 내일에의 날갯짓, 내일에의 피 몸짓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이들은 서로 대립하면서 시상을 보다 선명하게 이끌고 있다.

 

 이 시는 강물이 강에서 바다로 가는 과정에서 고난과 역경을 넘어 아름다운 평화의 시대가 도래할 것을 믿는다는 의지와 혁신을 노래한 것이다.

 

 

 

<해설>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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