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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꽃구름 속에 / 박두진

by 혜강(惠江) 2020. 3. 4.

 

 

 

 

꽃구름 속에

 

 

- 박두진

 

 

 

꽃바람 꽃바람

마을마다 훈훈(薰薰)

불어오라

 

복사꽃 살구꽃

화안한 속에

구름처럼 꽃구름 꽃구름

화안한 속에

꽃가루 흩뿌리어

마을마다 진한

꽃향기 풍기어라

 

치위와 주림에 시달리어

한겨우내 - 움치고 떨며

살아 나온 사람들……

 

서러운 얘기

서러운 얘기

다아

까맣게 잊고

 

꽃향에 꽃향에

취하여

아득하니 꽃구름 속에

쓸어지게 하여라

 

나비처럼

쓸어지게 하여라  

 

                       - 문장(1941)

 

 

<시어 풀이>

 

치위 : ‘추위의 옛말.
움치고 : ‘움츠리고의 준말
쓸어지게 : 쓰러지게.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광복이 되기 4년 전인 1941, 일제 강점기 말 대표적인 문학지였던 문장폐간호에 발표된 작품이다. 이 시는 아름다운 봄날의 꽃향기를 맡으면서 지난날의 아픔과 서러움을 잊으라고 권유하고 있다.

 

 이 시의 화자는 고난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을 따뜻한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봄철에 피는 꽃의 향기가 온 마을을 가득 채우는 것을 명랑하고 활기찬 어조로 노래한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밝고, 사용된 어휘도 친숙한 것들이어서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이 작품이 가진 대중적인 성격 때문에 이 시에다 작곡가 이흥렬이 곡을 붙여 가곡으로 만든 것이 1965년에 간행된 작품집 너를 위하여에 수록되었다.

 

 이 시의 특징은 시각적 이미지와 후각적 이미지를 통해 봄의 기운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하였고, ‘바람, 구름등을 꽃의 이미지와 결합하여 봄의 싱그러운 느낌을 잘 살려 내고 있다.

 

 1연은 마을에 불어오는 봄바람을, 2연은 복숭아꽃 살구꽃이 환하게 피어오른 정경을, 3연은 꽃향기 진하게 풍기는 마을의 모습을, 4연은 추위와 주림의 겨울을 견디고 봄을 맞이하는 사람들을 표현하였다. 이 시에서의 4연에서 보이는 치위와 주림에 시달리어 한 겨우내 움치고 떨며살아온 사람들을 상징한다. 곧 일제 말기의 잔혹한 현실 속에서 고통과 고난을 견뎌내고 피어난 존재이다. 따라서 이 은 화자가 염원하는 조국 광복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5연에서는 지난겨울의 서러움과 고난을 모두 잊고, 6~7연에서는 꽃향기가 온 세상에 퍼지는 모습을 보며 나비처럼 봄의 꽃향기에 취해 쓰러지고 싶을 정도의 강렬한 화자의 염원이 강조되고 있다.

 

 이와같이, 박목월, 조지훈과 함께 펴낸 청록집에 포함된 박두진의 초기 작품들은 감각적인 인식 방법이 특징을 이루고 있으며, 이것은 종래의 관조적이고 기교적인 작품들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난 경향으로 보인다. 한편 그에게는 그리스도교 정신에서 우러난 윤리 의식이 기본적인 바탕을 이루고 있으며, 이러한 바탕 위에 자연에 대한 사랑이 자리함으로써 섬세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치는 작품들을 창작하였다.

 

 

<해설>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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