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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청산도(靑山道) / 박두진

by 혜강(惠江) 2020. 3. 4.

 

 

 

 

 

청산도(靑山道)

 

 

- 박두진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 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넘엇 골 골짜기서 울어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 아른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 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티끌 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 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 어릴 볼이 고운 나의 사람. 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 틔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운 이슬 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넘어, 골 넘어, 뻐꾸기는 우는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 아우성쳐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에, 난 그리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 (1949)

 

이해와 감상

 

 

 청산도란 화자가 소망하는 이상향인 청산(푸른 산)으로 가는 길이라는 의미로, 화자는 광복 후의 혼란을 극복한 건강하고 평화로운 세계에 대한 열망을 나타내고 있다. 화자인 볼이 고운 너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으며, 화자는 아직은 혼탁한 청산’(현실 세계)에서 밝고 건강한 세상이 오기를 열망하면서 비관적 현실을 극복하려는 미래지향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시는 서정시의 특질을 모두 담고 있으면서도 산문처럼 보이는 산문시로, ‘청산이라는 자연물을 의인화하고 있으며, 대립적 시어를 통해 현실 극복의 의지를 강조하는 한편, 의성어 철철철, 줄줄줄과 의태어 둥둥, 아른아른, 총총총을 사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시어의 반복과 열거법을 사용하여 시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이 시에서 부정적 의미를 갖는 시어는 티끌 부는 세상, 벌레 같은 세상 달, , 눈물은 혼란스러운 세상(비관적 현실)을 상징하며, 반대로 긍정적 의미를 갖는 시어인 푸른 산, 밝은 하늘, 빛난 아침, 볼이 고운 나의 사람은 밝고 건강한 세상(소망하는 세상)을 상징하며 서로 대립하는 구조를 이루면서 시상이 전개된다.

 

 1연은 생명력 넘치나 적막한 청산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화자의 눈에 비친 청산은 우뚝 솟아 있고, 짙푸르고, 나무가 무성하고, 환한 햇살이 산을 넘고, 그 위로 깨끗한 하늘이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산 너머 골짜기에서 뻐꾸기가 우는 공허한 모습이다. 풍요로움과 적막감이 동시에 표현되어 있다. 이 시의 공간적 배경인 청산은 역동적이고 생명력이 넘치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화자가 기다리는 볼이 고운 사람이 부재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아직 불완전한 모습이다. 이는 광복은 되었으나, 아직 진정한 이상향이 도래하지 않았다는 비관적인 현실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2연에서는 밝고 평화로운 세계를 완성할 수 있는 존재인 볼이 고운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청산에서 적막을 느끼는 화자는 풀밭에 엎드려, 굴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가슴이 울어라를 반복하다가 어쩌면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볼이 고운 사람으로 상징되는, 밝은 미래에 대한 간절한 기다림을 표출하고 있다.

 

 3연에서는 볼이 고운 사람에 대한 기다림을 적극적으로 강조하여 표현하고 있다. 화자는 티끌 불고, 벌레 같은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 지운 나의 시람, 볼이 고운 나의 사람을 그리워한다. 그 사람은 청산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주며 청산을 완전한 이상 세계로 만들어 줄 존재를 상징한다. 그 사람은 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 ’동터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이르면 향기로운 이슬 밭 푸른 언덕을 달려올 것으로 기대한다. 화자인 시인은 어두운 현실에 절망하지 않고 볼이 고운 사람에 대한 기다림을 통해 우리 민족이 바라는 평화롭고 밝은 이상 세계가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리운 이에 대한 그 기다림은 마지막 4연에서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속, 아우성쳐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에, ’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를 반복하면서 절정을 이룬다. 이것은 광복 후 혼란스러운 현실의 탁류(濁流) 속에서 밝고 건강한 세상을 기다리겠다는 굳은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해설>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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