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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윤사월과 청노루 / 박목월

by 혜강(惠江) 2020. 3. 4.

 

<출처 : 다음카페 '명쾌복지'>

 

 

   <윤사월>과 <청노루>  두 작품은 모두 박목월의 초기 작품으로, 정형의 율조에서 오는 음악적인 효과와 토속적인 소재를 바탕을 특징으로 한다. 그리고 세련된 시어를 사용하여 순수한 산수의 서경과 인간 본연의 근원적 애수를 노래한 목월의 초기시 세계를 대표하는 민요풍의 서정시이다. 또한, 시각과 청각이 잘 조화된 선명한 이미지에 여운이 담긴 시풍을 보인다.

 

윤사월

 

 

송화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대고
엿듣고 있다

 

- 상아탑(1946)

 

  

이해와 감상

 

  75조를 바탕으로 기ㆍ승ㆍ전ㆍ결의 구성을 취하고 있는 이 시는 어느 산 속의 풍경을 한 폭의 그림을 그리듯 보여 주면서, 그 속에서 눈 먼 처녀의 바깥세상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향토적 색감이 짙은 간결한 시어와 회화적 이미지로 애절한 분위기를 인상 깊게 표현하고 있다.

 

  이 시는 외딴 봉우리, 외딴집, 눈먼 처녀3개의 비극적인 소재로 배합되어 있다. 배경은 윤사월, 늦봄의 외딴 산골 외딴집이고, 그 속의 인물은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이다. 선경후정(先景後情)의 구성으로 된 이 시의 1, 2연은 노란 송화가루가 날리고 윤사월의 찬란한 햇빛 속에 꾀꼬리가 우는 산골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 준다. 향토적 이미지를 주는 송화가루는 시간적 배경이며, ‘외딴 봉우리는 공간적 배경으로 늦봄의 고적함을 드러낸다. 그 속에서 꾀꼬리가 운다. 꾀꼬리 울음소리는 봄을 알리는 전령사처럼 고요하고 한가로운 풍경 속에서도 싱그러운 생명의 약동을 느끼게 하며, 형태상으로는 다음 연의 눈먼 처녀와 바깥세상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3, 4연을 가면 서정이 펼쳐지는 핵심장면이다. 여기 주인공인 눈먼 처녀외딴 집/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외딴 집은 단절감, 고독감을 나타내며, 깊은 산 속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눈먼 처녀는 앞 못 보는 장애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는 불행한 인물이다. 그러나 소리만은 들을 수 있는 눈먼처녀는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그것은 아마 꾀꼬리 소리일 것이다. 바깥세상이 그리운 처녀에게 그 아름다운 소리는 마음을 설레게 하고 알지 못할 안타까움과 그리움에 잠기게 한다. 이 안타까움과 그리움의 상황은 어두운 시대 현실 속에서 이상화된 자연만을 노래했던 박목월 자신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아무튼 <윤사월>은 한국적 토속이 십분 활용된 향토적인 서정을 탁월한 간결미로 인상 깊게 표현하고 있다.

 

    

청노루

 

 

머언 산() 청운사(靑雲寺)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紫霞山)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나는 열두 굽이를

 

()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 청록집(1946)

 

 

이해와 감상

 

  <청노루> 역시, 간결한 리듬과 절제된 언어를 바탕으로 봄날의 정취를 그린 시로,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탈속적인 세계를 형상화하고 있다. 시선의 이동에 따라 동적 이미지와 정적 이미지가 조화를 이루어 이상세계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서경적이며, 묘사적이며, 관조적이다.

 

  그리고 4음보의 운율을 바탕으로 하나, 시행의 길이를 조절함으로써 운율에 약간의 변화를 가미하여 시적 공간을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비음 , , 을 주로 사용하여 아늑하고 은은한 분위를 조성하고 있다.


  이 시에 드러난 자연 풍경은 실제 현실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설정된 가상 공간으로 볼 수 있다.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풍경, 푸른색의 청운사와 청노루, 자주색의 자하산 등은 모두 일상 세계의 현실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이상화된 공간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탈속적인 세계를 표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이 시는 원경에서 근경으로 시선을 이동해 가면서 대상을 묘사하고 있는데, ‘청운사> 자하산> 느릅나무> 청노루> 구름으로 화자의 시선이 이동하고 있다. 1연은 멀리서 바라본 청운사의 모습을, 2연은 봄눈 녹는 자하산을, 3연은 새잎이 돋는 느릅나무를, 4, 5연은 청노루의 눈에 비친 구름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화자의 시선은 청노루의눈에 비친 구름에 집약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이상적인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렇게 시상이 진행되면서 청운사, 기와집, 자하산등의 정적인 이미지와 청노루, 구름등의 동적인 이미지가 조화를 이루고 있고, ‘청운사의 푸른색과 자하산의 자주색의 색채 대비도 드러나 있다.


  이와같이 이 시는 전체적으로 대상과 화자 사이의 거리감을 유지하여 감정과 관념의 개입을 절제하고 있지만, 다양한 이미지를 묘사하여 탈속적, 이상적인 세계를 동경하는 시인의 염원을 표출하고 있다.참고로 시인 박목월의 청노루해설의 일부를 옮겨본다.

 

이 작품을 쓸 무렵에 내가 희구한 것은 핏발 한 가락 서리지 않은 맑은 눈이었다. 나이 50이 가까운 지금에는 나의 안정(眼睛)에도 안개가 서리고, 흐릿한 핏발이 물들어 있지만 젊을 때는 그래도 핏발 한 가락 서리지 않은 눈으로 임을 그리워하고 자연을 사모했던 것이다. 또한 그런 심정으로 젊음을 깨끗이 불사른 것인지 모르겠다. 어떻든 그 심정이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을 그리게 하였다. 이 작품이 발표되자 청노루가 과연 존재하느냐 하는 의문을 가지는 분이 있었다. 물론 푸른빛 노루는 없다. 노루라면 누르스름하고 꺼뭇한 털빛을 가진 동물이지만, 나는 그 누르스름하고 꺼뭇한, 다시 말하자면 동물적인 빛깔에 푸른빛을 주어서 정신화된 노루를 상상했던 것이다. 참으로 오리목 속잎이 피는 계절이 되면 노루도 서정적인 동물이 될 것만 같았다. 또 청운사나 자하산이 어디 있느냐 하는 것도 문제가 되었다. 어느 해설서에 경주 지방에 있는 산 이름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한 것을 보았지만 이것은 해설자가 어림잡아 설명한 것에 불과하다. 기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완전히 내가 창작한 산명이다. 나는 그 무렵에 나대로의 지도를 가졌다. 그 어둡고 불안한 일제 말기에 나는 푸근히 은신할 수 있는 어수룩한 천지가 그리웠다.”     - 박목월 저 보랏빛 소묘      

 

 

박목월 朴木月 [1916.1.6.~1978.3.24]

 

 본명 영종(泳鍾). 경북 경주(慶州) 출생. 홍익대학교, 한양대학교 교수, 한양대학교 문리과대학장을 지냈다. 1939년 문예지 문장(文章)에 시가 추천됨으로써 시단에 등장하여 초기에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청록파의 한 사람으로 활동하였다. 한국시단에서 김소월과 김영랑을 잇는 시인으로, 향토적 서정을 민요가락에 담담하고 소박하게 담아냈다. 대표작으로 <청노루>, <산도화> 등이 있다.


  시집에 19463인 공동시집 청록집(靑鹿集)에 이어 산도화(山桃花)1955), ·기타(1959)·청담(晴曇)(1964), 경상도가랑잎(1968) 사력질(砂礫質)》 《무순(無順)등이 있으며, 자작시 해설집 보랏빛 소묘, 수필집으로 구름의 서정시》 《밤에 쓴 인생론(人生論)등이 있다.

 

  박목월의 시의 특색은 민요적 가락에 향토색 짙은 서정을 노래한 청록집, 산도화'의 시기, 생활 속의 소시민으로 소박하고 담담하게 생활과 밀착된 현실적인 시를 쓴 ,기타, 청담의 시기, 토속적인 시어를 구사하면서 영혼과 내면의 세계를 추구한 경상도 가랑잎, 무순의 시기로 나누어진다.

  제 1: 이 무렵의 시는 정형의 율조에서 오는 음악적인 효과와 토속적인 소재를 특징으로 한다. 그리고 시각과 청각이 잘 조화된 선명한 이미지에 여운이 담긴 시풍을 보인다. 2: 초기시에서 볼 수 있었던 운율의 정형성을 탈피하여 서술적 이미지를 추구하였다. 현실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생활 속의 자아를 탐구한 시기로 주제는 거의 다 가정적인 문제로 한정되어 있다. 3: 문명 비판적인 경향을 보이면서 토속적인 방언의 묘미를 살려 신에 대한 경건한 자세를 표백한 시기로 지적 요소가 부각되어 있다.

 

 

 

<해설 및 정리>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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