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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달밤 / 이호우

by 혜강(惠江) 2020. 3. 2.

 

<출처 : 다믐 카페 'sansarnagclub' 

 

 

달밤

 

 

- 이호우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 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익은 풍경이되 달 아래 고쳐보니
돌아올 기약 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산들이 돌아 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정화(淨化)된 초가집들
할머니 조웅전(趙雄傳)에 잠들던 그날 밤도
할버진 율() 지으시고 달이 밝았더이다
 
미움도 더러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온 세상 쉬는 숨결 한 갈래로 맑습니다
차라리 외로울망정 이 밤 더디 새소서

 
                                   -출전 문장(1940)

 

 

<시어 풀이>

조웅전(趙雄傳)작가 미상의 한글 군담 소설
()한시의 한 형태로, 여덟 구로 이루어져 있는 한시체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시조 시인 이호의 연시조로 평화롭고 아름다웠던 지난날을 떠올리면서, 혼탁하고도 고통스러운 현실 세계가 달빛처럼 맑고 깨끗한 세계로 정화되기를 소망하고 있는 노래이다. 전통적이며 향토색이 짙은 노래이다.

 

  그리고 구성면에서는 선경 후정(先景後情)과 회고적 수법을 도입하고 있는데, 일상어를 사용한 개성적이면서도 정감 어린 표현을 통해 강 마을의 밝고 고요한 달밤의 정경을 한 폭의 수묵화처럼 선명하게 그려내고 있다. 시조의 율격을 맞추기 위해 줄인 시어들이 여럿 보인다.

 

  첫째~셋째 수에서는 낙동강 달밤의 정경과 회상을, 마지막 넷째 수에서는 그 회상을 바탕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계를 간절히 소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먼저 첫수에서, 화자는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라고 밝고 고요한 달밤의 정경을 한 폭의 수묵화처럼 선명하게 그려놓고, 한없는 그리움에 젖어 배를 타고 나간다. 여기서 은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과거 회상의 매개체이며 동시에 사랑으로 부정적인 현실을 깨끗하게 정화(淨化)시키는 기능을 지닌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둘째 수는 배를 저어 가면서 보이는 강변의 정경을 표현하고 있다. 배에서 바라본 강변의 풍경은 낯익은 풍경처럼 보이지만, 다시 보니 왠지 낯설어 보인다. 그래서 강 뒤쪽들과 산을 바라본다. 화자가 평화로웠던 옛날을 회상하며 그리움에 잠기는 표현이다.

 

  셋째 수에서 화자는 구체적 사실을 들어 평화롭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한다. ‘정화된 초가집들’, 할머니께서 잠들기 전 들려주시던 조웅전이야기, 할아버지가 지으신 한시가 그것이다. 모두가 유년의 평화롭던 추억들로서 화자는 그 시절을 떠올리며 그리워한다.

 

  그리고 마지막 넷째 수에서는 달빛처럼 맑은 숨결로 가득 찬 세상이 오기를 기원하고 있다. 화자가 처한 현실이 미움과 더러움으로 가득 찬 세상임을 드러내고, 달빛으로 정화된 아름다운 세상을 간절히 소망하는 시인의 심정을 마지막 차라리 외로울망정 이 밤 더디 새소서라는 말로 표출하고 있다. 이 구절은 고려 가요인 만전춘(滿殿春)’정 둔 오늘 밤 더디 새오시라 더디 새오시라.’를 떠올리게 한다.

 

  이 가요에서 화자는 얼음 위에서 임과 함께 얼어 죽을망정 밤이 더디 새서 사랑하는 임과 오래 있고자 하는 화자의 강렬한 소망이 표현한 작품이다. ‘달밤이 밤 더디 새소서라는 표현에도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현실 세계가 로 인해 평화롭고 사랑이 충만한 환상적인 세계로 정화(淨化)된 모습을 보고, 이 밤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는 화자의 염원이 담겨 있다. , 두 작품 모두 화자가 지향하는 세계에 대한 화자의 강한 소망이 응축된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 작품 속의 화자는 평화로웠던 옛날을 회상하면서 미움과 더러움, 고통과 억압으로 얼룩진 현실 세계가 과거와 같이 달빛처럼 맑고 깨끗한 세계로 정화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 혼탁한 갈등과 억압의 세계를 벗어난 평화로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보여준다.

 

 

 작자 이호우(李鎬雨, 1912~1970)

 

 시조 시인. 호 이호우(爾豪愚). 경북 청도(淸道) 출생. 문장(文章)지에 시조 <달밤>이 추천되어 등단하였다.  이호우의 시조 작품을 보면, 초기에는 전통적인 형식에 충실한 면모를 갖추고 있다. 음수율에 따라 종장 첫 구를 3음절로 맞추기 위해 음절 수를 줄인 데서도 이런 의도를 볼 수 있다. 그런 한편, 이렇게 전통 형식을 이어받으면서 한문 투에 물든 당시의 상투적인 어휘를 피하고, 쉬운 일상어를 잘 다듬어 구체적인 심상을 제시하고자 한 점은 현대 시조로서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초기에 주로 평시조의 연작 형태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후기로 오면서 격조 높은 구별 배행 형식의 단형 시조에서 놀라운 솜씨를 보였다. 그의 이러한 형식상의 특징은, 현대 시조들이 대개 연작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것과는 커다란 대조를 이루고 있어 주목된다. 현실적인 문제에 관심을 보이면서 현대 시에서처럼 모든 소재와 이미지들을 시조 형식에 담아 표현하고자 하였다. 종래의 제한된 시조 형식을 고수하면서 거기에 현대적인 감각과 정서를 담는 데 성공한 시조 시인으로 평가된다.  시조집으로 이호우 시조집(1955), 휴화산(196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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