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유리창 / 김기림

by 혜강(惠江) 2020. 3. 2.


 


유리창

 


- 김 기 림

 

 

여보
내 마음은 유린가 봐, 겨울 한울처럼
이처럼 작은 한숨에도 흐려 버리니……

만지면 무쇠같이 굳은 체하더니
하로밤 찬 서리에도 금이 갔구료

눈포래 부는 날은 소리치고 우오
밤이 물러간 뒤면 온 뺨에 눈물이 어리오

타지 못하는 정열, 박쥐들의 등대
밤마다 날어가는 별들이 부러워 쳐다보며 밝히오

여보
내 마음은 유린가 봐
달빛에도 이렇게 부서지니

 

                                - 바다와 나비(1946)

 


<시어 풀이>

한울 : 천도교에서 하늘을 달리 이르는 말.
눈포래 : ‘눈보라의 방언(평안, 함경). 바람에 불리어 휘몰아쳐 날리는 눈.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화자인 의 섬세한 마음속 연약한 감정을 맑고 투명하며 깨어지기 쉬운 유리의 특성에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다. 표현의 특성은 추상적인 관념을 구체적인 대상에 빗대어 감각적으로 형상화하였고, 유리창의 속성과 내 마음의 속성을 중첩시켜 직접 이야기하는 어투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이 시에서 화자는 유리는 유리가 지닌 속성, 즉 쉽게 흐려지고, 쉽게 금이 가고, 밤서리가 잘 내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자유로운 별을 부러워하고달빛에도 부서지는 자신의 마음을 유리에 비유하고 있다.

 

 작품의 구성을 보면, 1연은 유리처럼 쉽게 흐려지는 마음을 한숨에도쉽게 흐려진다고 표현하고, 2연에서는 유리처럼 쉽게 금이 가는 마음을 하룻밤 찬서리에도 금이 간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3연은 흔들리고 눈물이 흐르는 마음을 눈포래 부는 날은 소리쳐 우오/ 밤이 물러간 뒤면 온 뺨에 눈물이 어리오.’라고 표현하면서 자신의 연약한 마음이 못내 답답하기만 한다. 그래서 4연에서는 별을 부러워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자유로이 날아가는 들과 달리 선뜻 결심하지 못하고, 현실 생활에 얽매어떤 행동도 취히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을 바쥐들의 등대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5연은 도치법을 이용하여 수미상관으로 균형을 유지하면서 화자의 마음이 쉽게 흐려지고 쉽게 부서지는 유리와 같다는 것을 달빛에도 부서진다는 표현으로 강조하고 있다.

 

 1930년대부터 시인으로 활동한 김기림은 당대의 빼어난 비평가이면서 수필가이기도 하였다. 김기림은 이 시에서도 당시 유행하던 감상주의적인 경향을 의식적으로 배격하면서 밝음과 건강함, 그리고 회화성을 지향하였다. 이러한 지향 위에 감각적 이미지가 뚜렷이 부각되는 그의 모더니즘, 이미지즘 계열의 시는 당대의 시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것이었다.

 


작자 김기림(金起林, 1908~ ?)

 

 본명은 인손, 호는 편석촌(片石村). 시인 · 평론가, 함북 학중 출생. 보성고등보통학교 중퇴, 일본대학 문학예술과 졸업. 귀국 후 조선일보기자로 활약하면서 1930년 시 <가거라 새로운 생활로>과 평론 오후와 무명작가들-일기장에서를 발표하여 문단에 나왔다. 1933년 이태준·정지용·이무영·이효석 등과 함께 구인회를 조직했다.


 8·15 광복 후 임화·김남천·이태준 등이 중심이 된 조선문학가동맹에 참여하여 활동하면서 사회의식을 짙게 드러내는 시를 썼으며, 6·25 전쟁 때 납북되어, 1988년에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영국 비평가 I.A. 리처즈의 이론을 도입해 모더니즘 시 이론을 세우고, 그 이론에 따른 시를 썼다. 그는 기존의 감상주의적 시들은 눈물과 슬픔 등의 과잉정서에서 오는 현실도피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고, 이것을 극복한 건강하고 명랑한 정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지성에 호소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시의 음악성 및 시간성을 비판하고, 회화성·공간성·감각성을 강조하면서 정지용·신석정·이상·김광균 등의 시를 높이 평가했다. 시집으로 기상도(氣象圖(1936), 태양의 풍속(1939), 바다와 나비(1946),새노래(1948) 등을 펴냈다.

 

  평론가이기도 한 그는 평론집으로 문학의 과학을 내세운 문학개론(1946)1930년대 영미의 이미지즘과 주지주의를 도입하여 우리나라 시단의 분위기를 바꾸어놓은 시론(1947), 영국의 비평가 리처즈의 심리학적 이론에 따라 계몽적인 시론을 펼친 시의 이해(1949) 등이 있다. 그밖에 수필집으로 바다와 육체(1948)를 펴냈고, 소설과 희곡을 5~6편씩 남겼다.



'문학관련 > - 읽고 싶은 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밤 / 이호우  (0) 2020.03.02
길 / 김기림  (0) 2020.03.02
바다와 나비 / 김기림  (0) 2020.03.01
팔원(八院) / 백석  (0) 2020.03.01
여승(女僧) / 백석  (0) 2020.03.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