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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길 / 김기림

by 혜강(惠江) 2020. 3. 2.





 

 

- 김기림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喪輿)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빛에 혼자 때 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뿍 자줏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다녀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 지를 모른다는 동구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 

 

                                  

                                                          - 조광(朝光)(1936)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언덕길을 소재로 하여 지난 삶의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 어머니의 죽음과 실패한 첫사랑 등을 떠올리며 화자는 과거 삶에 대한 그리움과 눈물을 나타낸다. 산문적 진술과 회상적 어조로 화자의 서글픈 정서를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다.


  길은 인간의 삶을 반영하는 소재이다. 길은 이별의 공간이기도 하고 지난 추억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시 1연에서도 어머니는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는 표현하여 이별이라는 슬픈의 공간으로 노래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그 길은 2연에서는 첫사랑의 여인도 길 위에서 만났다가 조약돌처럼 떠나간 것으로 드러나 있다. 그래서 은 화자의 상실감과 기다람의 정서를 유발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머니첫 사랑은 모두 그리움의 대상이다.


 3연은 그래서화자는 푸른 하늘빛에 홀려시도 때도 없이 길을 넘어 강가로 찾아간다. 슬픔을 달래주는 장소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강가는 노을에 흠뻑 자줏빛으로 젖어서 돌아온다는 감각적으로 형상화한 표현으로 보아 화자에게 그리움을 안겨주는 공간일 뿐이다. 그런가 하면 4연은 강물은 길과 마찬가지로 많은 것을 떠나보낸다. 수없이 계절이 흘러가고 그에 따라 나의 삶도 흘러간다. 이렇게 길은 강물과 함께 많은 것을 떠나보내는 존재이다. 화자는 그들이 떠난 것을 안 다음에는 모래언덕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고, 그런 날에는 감기를 앓듯 앓았다. 돌아올 수 없는 대상에 대한 그리움과 쓸쓸함, 이별로 인한 아픔을 표현한 것이다.

 

 5연에서 작품의 화자는 떠나간 과거를 회상하여 그리움의 눈물을 짓고 있다. 마을 밖 버드나무 밑에서 화자는 과거를 추억한다. 버드나무는 마을에 오래 서 있으면서 사람들의 추억을 모두 잃고 있기 때문이다. ,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대상이 바로 버드나무인 것이다. ‘얼룩은 눈물 자국으로 돌아올 수 없는 추억에 대한 애을 드러낸다.  

 

 따라서, 이 작품은 길과 강물을 통해 과거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버드나무를 통해 추억을 떠올리고, 화자는 그런 추억을 회상하며 잃어버린 대상을 그리워하며 슬픔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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