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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사향(思鄕) / 김상옥

by 혜강(惠江) 2020. 3. 2.



  

사향(思鄕)

 

- 김상옥

 

 

눈을 가만 감으면 굽이 잦은 풀밭 길이,

개울물 돌돌돌 길섶으로 흘러가고

백양 숲 사립을 가린 초집들도 보이구요.

 

송아지 몰고 오며 바라보던 진달래도,

저녁노을처럼 산을 둘러 퍼질 것을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

 

어질고 고운 그들 멧남새도 캐어 오리.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

감았던 그 눈을 뜨면 마음 도로 애젓하오.

 

                       

                                - 초적(1947)



<시어 풀이>

어마씨 : ‘어머니의 사투리

꽃지짐 : 화전(花煎). 꽃잎을 쌀가루를 반죽하여 기름에 지진 떡.
멧남새 : 산나물. ‘남새는 채소(菜蔬, 밭에서 기르는 농작물).

애젓하오 : 애틋하오. 안타깝도록 서운하오.

 

 

▲이해와 감상  

 

  3수로 된 이 연시조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등의 감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고향의 정경을 그려냄으로써, 고향에 대한 인간 본연의 그리움을 선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또한 현재-과거-현재의 유기적 구조를 통해 작품의 완결성을 높여 주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특히, 평범하면서도 향토적 소재와 사투리를 사용하여 토속적 정서를 부각하여 잃어버렸던 고향의 자연과 인정에 대한 그리움을 되새기게 한다.

 

  이 시는 첫수에서 눈을 가만 감으면으로 시작되어 화자가 눈을 감았다가 셋째 수 감았던 그 눈을 다시 뜨면이라는 행위를 통해 시상이 전개되고 있다. 첫째 수에서 화자가 현재의 시점에서 눈을 감으면서 어린 시절의 고향을 회상하게 된다. 타향에 살면서 느끼는 고향에 대한 고마움이 배어난다. 구불구불한 풀밭길과 개울물, 숲으로 가려져 있는 초가집들 등 고향의 정경이 시각적, 청각적 심상을 통해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둘째 수에서는 그리운 고향과 어머니가 그려진다. 먼저 화자 자신의 구체적 체험과 연결되어 고향의 모습에 대한 회상이 이어지고 있다. 소를 몰고 오면서 바라보던, 마치 저녁노을과 같이 붉던 진달래꽃과 집에 도착할 때쯤 어머니가 부쳐 주시던 꽃지짐(화전)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면서 화자의 정서는 과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집약되고 있다.

 

  셋째 수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어질고 착한 고향 마을 사람들과 마을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봄나물을 캐어 먹으며 살면서도 함께 어울려 사는 인정과 고운 마음을 간직했던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이라는 미각적 심상을 통해 제시되고 있다. 마지막 행에서는 화자가 감았던 눈을 뜸으로써 현실로 되돌아오고 있는데, 이때 느끼는 안타까운 심정을 애젓하오라고 말함으로써 화자가 고향에 대해 지니는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이 시의 화자에게 고향은 이상화된 모습의 공간이고, 그리움의 대상이자 마음의 위안이 되는 공간이다.

 

작자 김상옥(金相沃, 1920~2004)

 

 시조 시인. 경남 통영 출생. 1939문장지에 봉선화가 추천되어 등단하였다. 전통적인 율격과 제재로 사실적 기법을 활용하여 현대 시조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다. 시조집으로 초적(1947), 시집으로 이단의 시(1949), 목석의 노래(195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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