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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백자부(白磁賦) / 김상옥

by 혜강(惠江) 2020. 3. 2.


<사진 : 십장생 백자>



백자부(白磁賦)

 

- 김 상 옥

 

 

찬 서리 눈보라에 절개 외려 푸르르고

바람이 절로 이는 소나무 굽은 가지

이제 막 백학(白鶴) 한 쌍이 앉아 깃을 접는다.

 

드높은 부연(附椽) 끝에 풍경 소리 들리던 날

몹사리 기다리던 그린 임이 오셨을 제

꽃 아래 빚은 그 술을 여기 담아 오도다.

 

갸우숙 바위 틈에 불로초 돋아나고

채운(彩雲) 비껴 날고 시냇물도 흐르는데

아직도 사슴 한 마리 숲을 뛰어 드노다.

 

불 속에 구워 내도 얼음같이 하얀 살결

티 하나 내려와도 그대로 흠이 지다.

흙 속에 잃은 그 날은 이리 순박(淳朴)하도다. 

  

                                        - 초적(1947)


 

<시어 풀이>

외려 : 오히려

부연(附椽) :: 처마 서까래의 끝에 덧얹는 네모지고 짧은 서까래.

풍경 : 처마 끝에 다는 작은 종.

몹사리 : 몹시

채운(彩雲) : 빛깔로 아롱진 고운 구름.
순박(淳朴) :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순수하며 인정이 두터움.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백자의 고결하고 순박한 아름다움을 시각적 이미지와 역설적 표현을 통해 예찬하고 있는 연시조이다.

 

 이 시조에서 화자는 백자의 전통적 아름다움을 형상화하기 위해 백자 바탕 위에 그려진 그림을 시각적이고 대립적인 이미지를 통해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외양 묘사에 그치지 않고 백자에 정신적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순결성이라는 주제 의식을 형상화하고 있다.

 

 4수로 이루어진 이 시는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4음보의 외형률이라는 형식적인 특징 외에 다른 몇 가지 특성을 보이고 있다. 첫째는 장별 배행으로 두 연이 짝을 이루어 선경 후정(先景後情)의 구성을 지녔으머, 둘째는 현재형 시제 사용, 셋째는 영탄의 효과를 함께 나타내는 '~오도다'(2), '~드노다'(3), '~하도다'(4)와 같은 고어체(古語體) 종결 어미의 사용, 넷째는 4수에서 적절하게 구사된 역설적 표현이 특히 돋보인다. 이러한 표현법은 관조적이며 묘사적인 성격을 띤 이 시조의 시적 정서를 더욱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첫수는 백자에 그려진 그림을 묘사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백학 한 쌍이 앉아 있는 모습을 담은 백자의 모습을 통해, 전통 사회에서의 선비들의 절개를 드러내고 있다. ‘소나무백학에서 프른색과 흰색의 대비가 뚜렷하다.

 

 둘째 수는 백자의 용도를 표현하고 있다. 그리운 임과의 반가운 재회를 상상하며, 그 반가운 자리에서 귀한 용도로 쓰이는 백자의 품격을 묘사하고 있다.

 

 셋째 수는 동양적 이상향이 그려져 있는 백자의 문양을 객관적인 관찰을 통해 묘사하고 있다. 여기 등장하는 바위(), 불로초, 채운(구름), 시냇물(), 사슴은 첫수의 소나무, 백학과 더불어 장생불사(長生不死)를 상징하는 십장생(十長生)들이다. 십장생은 생명이 매우 길다고 알려져 있는 열 가지 자연물로서, 우리 선조들은 이 십장생을 활용하여 여러 가지 생활 도구를 꾸미는 그림의 소재로 사용하였다. 바로 '백자부'에 묘사된 그림은 십장생을 그린 '십장생도(十長生圖)'라고 볼 수 있으며, 이것은 이상 세계를 지향하는 우리 조상들의 고결하면서도 순박한 정신세계를 드러낸 것이다.

 

 마지막 넷째 수는 백자의 순박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백자의 순박하면서도 고결한 아름다움을 '불 속에 구워내도 얼음같이 하얀 살결!/ 티 하나 내려와도 그대로 흠이 지다'라고 역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백자의 모습을 예찬하고 있다. ‘흙 속에 잃은 그날순박한 백자로 태어난 날을 의미하는데, 순박은 평범하고 여린 것 같으나 강한 생명력을 가진 우리 민족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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