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기도
- 모윤숙 (毛允淑)
놀이 잔물 지는 나뭇가지에
어린 새가 엄마 찾아 날아들면
어머니는 매무시를 단정히 하고
산 위 조그만 성당 안에 촛불을 켠다.
바람이 성서를 날릴 때
그리로 들리는 병사의 발자국 소리들!
아들은 어느 산맥을 지금 넘나 보다.
쌓인 눈길을 헤엄쳐
폭풍의 채찍을 맞으며
적의 땅에 달리고 있나 보다
애달픈 어머니의 뜨거운 눈엔
피 흘리는 아들의 십자가가 보인다.
주여!
이기고 돌아오게 하옵소서.
이기고 돌아오게 하옵소서.
- 시집 《풍랑》(1951) 수록
<시어 풀이>
놀 : ‘노을’의 준말
잔물지다 : 잔잔하게 물들다.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전선에 아들을 보낸 어머니의 간절한 염원을 노래한 일종의 애국시이다. 6·25를 겪고 있던 당시, 아들의 무운(武運)을 비는 어머니의 뜨거운 사랑과 정성을 잘 표현하였다. 어머니가 갖는 사랑의 강약이 잘 조화되어 있고 점층적 수법을 사용하였다. 애국적이고도 이상주의적인 계몽성을 지니고 있다.
먼저 1행과 2행은 붉은 노을이 잔잔하게 물드는 나뭇가지에 어린 새가 어미를 찾는 모습을 그려 모자(母子)의 만남을 상정하고, 3~4행에서 어머니는 몸과 마음을 단정하게 하고 성당의 촛불을 켠다고 한다. 아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싶어 하는 어머니의 경건한 마음과 정성을 엿볼 수 있다. 이어 어머니는 성당에서 아들을 위해 기도한다. 바람이 ‘성서를 날린다’라는 표현은 실제로 바람이 불어와 성서의 책갈피를 넘기는 것과는 상관없이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심란한 마음(걱정)을 상징한다. 그것은 군장(軍裝)하고 험준한 산맥을 넘는 발걸음 소리로도 들리고, 쌓인 눈길을 헤치며 모진 폭풍을 뚫고 적의 땅을 달리고 있는 모습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애달픈 어머니의 상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들의 안녕을 바라는 어머니의 뜨거운 눈가엔 ‘피 흘리는 아들의 십자가’가 어른거린다. 어쩌면 조국을 위해 십자가를 지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상상 때문이다. 어머니는 신에게 기도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주여,/ 이기고 돌아오게 하소서/ 이기고 돌아오게 하소서” 어머니의 기도는 반복하며 절정을 이룬다.
우리는 여기서, 전쟁터에 보낸 어머니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어머니의 간절한 사랑이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작자 모윤숙 (毛允淑 ; 1910-1990)
여류시인. 수필가. 호는 영운(嶺雲). 함남 원산 출생. 개성 호수돈여자고보를 거쳐 이화여전 영문과 졸업하고. 만주 북간도 용정에 있는 명신여학교 교사, 서울 배화여자고보 교사,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1934년 안호상(安浩相)과 결혼하였으나 곧 이혼하고 평생 독신으로 지냈다. 1931년 《동광》에 <피로 색인 당신의 얼골을>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1949년 순수 문예지 《문예》 발간을 주재했으며, 《시원(詩苑)》 동인으로 활약하면서 해외문학파와 가까이 지내기도 했다.
그의 초기 작품은 감상적이고 자유 분망한 정열을 발랄하고 화려한 이미지로 형상화하였으며, 1950년대에는 이루지 못한 사랑과 애정에 대한 절절한 표현력으로 젊은 층의 인기를 끌었고, 만년의 작품에는 민족주의적 이념으로 조국애와 민족애를 고취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일기체의 감상적인 장편 산문시집인 《렌의 애가》는 당시 독서계를 휩쓸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가 높았다.
시집에 《빛나는 지역》(1933), 산문시집 《렌의 애가》(1949), 《정경》(1959) 《논개》(1974),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1987) 등이 있으며, 수필집으로 《내가 본 세상》(1953), 《포도원》 (196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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