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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저녁에 / 김광섭

by 혜강(惠江) 2020. 2. 17.


<출처 : 2018. 12. 26 / 시사저널>



저녁에

 

                                       -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월간중앙(1969. 11) 수록

 

 

이해와 감상

 

 곡조를 붙여 노래로도 많이 불려진 익숙한 시다. 이 시는 별을 제재로 하여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과 성찰을 통하여 소중한(혹은 그리운, 소중한) 존재 사이의 관계 회복의 소망하는 작품으로 다분히 관조적, 사색적이다.

 

  이 작품은 시적 화자가 제목으로 내 세운 저녁에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면서 떠오른 상념(想念)을 노래하고 있다. 천상의 과 지상의 는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시의 세계에서는 한 울타리 속에 있다. 그 이유는 시인은 을 통해 공간적 거리를 초월하여 지상에 같이 살아가는 사람과의 인연을 생각하고 정답고 소중한 존재들을 떠올린다.

 

 3연으로 된 짤막한 이 시의 구성은 선경(1, 2), 후정(後情, 3)의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1연은 소중한 존재와 나와의 친밀한 교감을, 2연은 친밀한 관계의 소멸, 3연은 소중한 존재와 다시 만나고 싶은 소망을 노래했다.

 

  1연에서는 의 시선과 의 시선을 함께 제시하여 서로 마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은 늘 반짝거리는 모습으로 인해 희망을 상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서는 소중한 존재’, ‘그리워하는 대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역시 이 우주상의, 지구상의 한 존재이다. 그러므로 1연에서는 이 우주상의 개별적 존재로서 서로 소중하게 여기는(또는 그리워하는) 존재끼리의 다정하고 친밀한 교류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2연에서는 밤이 깊어갈수록 바라보던 어느 한 별이 수많은 별들의 밝음 속에 묻혀 그 모습이 사라지고 또한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통해 소중한 존재끼리의 교류 단절, 관계의 소멸을 표현하고 있다. 만남은 곧 헤어짐을 의미하는 회자정리(會者定離)아프지만 빛과 어둠이 교차되는 한 진실이다.

 

 3연에서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에 시적 화자의 정서가 모두 함축되어 있다. ‘무엇이 되어어떤 모습의 존재가 되어의 의미로 읽을 수 있으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의문형으로 끝나는 말 속에는 만나지 못할 것 같은 안타까움을 예견하는 동시에 다시 만나고 싶다는 짙은 소망의 의미가 함께 녹아있다결국 3연은 서로 소중한 존재들(그리워하는 정다운 개별적 존재들)이 지금은 만날 수 없어 안타깝지만 언젠가는 다시 만나고 싶어하는 소망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소중한(그리운, 정다운) 존재 사이의 관계 회복의 소망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작자 김광섭(金珖燮, 1905~1977)

 

 호는 이산(怡山). 서당에서 한학을 배웠으며 경성보통학교 졸업했다. 중앙고등보통학교를 중퇴한 후, 중동학교에 들어가 1924년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학교 영문과에 입학했다. 이때 이헌구·정인섭 등과 해외문학연구회에 참여했다. 1932년 대학을 졸업한 뒤 귀국, 모교인 중동학교 영어 교사로 근무했다. 극예술연구회에 참가하여 서항석·함대훈·모윤숙·노천명 등과 사귀었다. 이후 창씨개명을 공공연히 반대하는 등 반일 민족의식을 고취했다는 이유로 38개월 동안 옥살이했다.


 해방 후에는 민족주의 문학을 건설하기 위해 여러 단체에 참가했고, 1957자유문학을 창간했으며, 1958년 세계일보사 사장이 되었다. 예술원 회원(159), 경희대학교 교수(1952~70)로 재직했다. 1964자유문학이 운영난으로 무기 정간되자 그 충격으로 고혈압 증세를 보여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하다가 72세 때 죽었다.


 그의 문학 활동을 보면, 1927년 와세다대학 조선인동창회지에 시 모기장을 발표한 뒤, 해외문학》 《문예월간동인으로 활동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그 후 1935시원에 주권을 상실한 우리 민족의 좌절과 절망을 읊은 고독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동경(憧憬)(1938) 마음(1949) 해바라기(1957) 성북동 비둘기(1969)·반응(1971) 등을 펴냈다.


 그의 시의 세계는 크게 초기·중기·후기로 나눌 수 있다. 초기는 해방 이전으로 일제 강점기의 우수와 불안, 비애와 절망 그리고 식민지 현실에 대한 관념적 저항을 노래했다. 중기는 시집 마음》 《해바라기를 펴낸 시기로 현실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자연에의 몰입으로 지적 관조의 시를 썼다. 후기는 시집 성북동 비둘기에서 볼 수 있듯이 공동체적 삶의 재발견 및 사회 문명 비판의식, 생의 달관과 화해, 평화에의 추구가 중요한 시적 주제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병상에서 깨달은 자연·인생·문명에 대한 통찰을 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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