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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내 마음은 / 김동명

by 혜강(惠江) 2020. 2. 15.




내 마음은

 

                                                 - 김동명

 

 

내 마음은 호수(湖水)

그대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힌 그림자를 안고, ()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最後)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부러주오

나는 달 아래에 귀를 기우리며, 호젓이

나의 날을 새이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落葉)이요

잠간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히

그대를 떠나리다.

 

                                    - 조광(朝光)36(1937)

 

 

이해와 감상

 

  이 시는 1944년 김동진(金東振)이 가곡으로 작곡하여 널리 애창되고 있는 김동명 시인의 대표작의 하나다. 4. 4행 총 16행으로 된 서정시로 조광(朝光)에 처음 발표되었으며, 1938년에 발간된 김동명의 제2시집 파초(芭蕉)에 수록되었다.


  이 시의 특징은 우선 감미롭다. 다양한 비유와 상징, 부드럽게 호소하는 듯한 독백적인 어조를 활용하여 사랑의 기쁨과 애달픔을 낭만적으로 노래했다. 이 시는 겉으로는 평이해 보이지만, 정교한 짜임새를 지니고 있다. , 각 연은 공통된 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1행은 내 마음은 이요와 같이 은유법을 활용한 문장이고, 2행은 그대 하오와 같은 청유형 통사구조로 통일되어 있으며, 34행은 분리되지 않고 행 걸침으로 연결되면서 나는 리다와 같이 각오와 의지를 나타내는 문장으로 되어 있다. , 4개의 연은 구조적으로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각 연의 3행 끝에서 옥같이”, “고요히”, “호젓이”, “외로이등의 부사어를 적절히 배치하여 화자의 심리적 상태를 명징하게 표현하고 있는 점도 뛰어난 기법이다. 각 문장에 사용된 어조 또한 부드러운 청유형과 강한 의지적 어조를 적절히 배합하고 있는 점도 이 시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경어체의 효과가 돋보인다. 각 연의 매 2행은 경어체인 오오’, ‘주오’, ‘하오, 4행은 지리다’, ‘오리다로 끝맺고 있다. 이는 리드미컬한 어감으로 내재율을 살리기 위한 의도적 배려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임에 대한 사랑을 더욱 절실하고 호소력 있게 하였으며, 아울러 이 시를 섬세한 어감과 분위기의 작품으로 이끌고 있다.

 

  내용을 보면, 각 연의 진행에 따라 제재가 호수’, ‘촛불’ ‘나그네’. ‘낙엽으로 이어지면서 전개된다. 1연에서 화자의 마음은 호수로 표현된다. ‘내 마음호수로 형상화되자, “그대 저어 오오라는 표현이 가능해진다. , 내가 당신을 간절히 기다린다는 마음을 직접적으로 서술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어서 그대가 오면, 나는 옥같이/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라고 표현하여 사랑의 격정적인 기쁨을 그리고 있다.


 2연에서 화자의 마음은 촛불로 표현된다. 이제 시적 공간은 자연스럽게 촛불이 타고 있는 공간으로 전환된다. 이 전환은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라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하고, 당신의 관심과 사랑을 원한다는 화자의 마음을 전달하는 효과를 지닌다. 이어 나는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라라고 표현하여 사랑의 희생적인 정열을 그려내고 있다.

 

  3연에서 화자의 마음은 나그네가 된다. 이제 시적 공간은 나그네의 길이다. 여기서 화자는 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라며 피리소리를 원하게 된다. 나그네에게 피리소리란 바로 떠도는 길의 시름을 달래주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이어 나의 날을 새이오리라는 표현을 통해 사랑의 그리움과 애잔함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34행의 경우, 첫 발표한 1937조광지에는 나의 날을 새이오리다로 되어 있으나, 이듬해 시집 파초에 수록될 때에는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와 같이 고쳐져서 으로 바뀌게 되었다.

 

  4연에서 화자의 마음은 낙엽이 된다. 이제 시적 공간은 낙엽이 떨어지는 뜨락이다. 그리고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를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그러나 낙엽의 운명은 오래 머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바람이 불면 나는 또 나그네 같이, 외로이/그대를 떠나겠다는 서술로 이어진다. 곧 이별하는 아픔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작품은 보조 관념을 통해 볼 때, 사랑의 이중적인 측면, 즉 기쁨과 애달픔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 시는 내 마음이라는 추상적 원관념을 다양한 구체적 보조관념으로 치환하는 기법을 활용하여 새로운 상상력의 세계를 펼쳐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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