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영랑

by 혜강(惠江) 2020. 2. 15.


<출처 : 다음카페 'hellootrade'>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영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도쳐 오르는 아침 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시문학(詩文學)창간호 (1930. 8)

 

 

<시어 풀이>

돋쳐 : ‘돋아의 힘줌말. 기본형은 돋치다

도도네 : ‘돋우네의 부드러운 표현

도른도른 : 나직하고 정답게 속삭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영랑의 초기 시로서 김영랑 시의 특징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지방색이 드러나는 시어와 여성적인 목소리로 내면세계의 평화와 아름다움을 노래한 순수 서정의 낭만시다.

 

  이 시에서 주목해야 할 시어는 강물이다. 시의 중심 이미지를 이루는 강물은 끝없이 흐른다고 했는데, 이 강물은 어디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시인의 마음 어딘가에 존재하면서 흐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강물은 곧 내 마음이 된다. 그것은 가슴이거나 눈이거나 혹은 핏줄 속에 있는 듯하기도 하지만,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고 꼭 가릴 수 없다. 그러기에 그는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강물을 노래하면서 그 스스로도 `내 마음의 어딘듯 한편에'라고만 말한다. 분명한 것은 시인이 내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과 도른도른 숨어 있는 마음의 신비를 느끼며 자기만의 순백(純白)의 경지에 다다르고자 하는 것이 이 시가 지향하는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자기애적(自己愛的)인 내향성이 강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 시는 강물이 흐르듯 여성적 목소리로 시행과 관계없이 3음보 율격을 타고 의성법, 반복법, 상징법에 의하여 표현된다. ‘도도네도른도른등의 시어가 여기에 조응하여 조용한 율동감을 느끼게 한다. 영랑 자신이 즐겨 사용하는 련된 감각어와 유음과 비음, 그리고 각운이 이 시의 음악성과 함께 빛을 발한다. 이 모든 것들은 강물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는데 기여한다. 돋아 오르는 아침 햇빛이 잔잔한 물결 위에 반사되어 수많은 은비늘처럼 반짝인다. 얼마나 신선하고 황홀한 순간의 모습인가.

 


'문학관련 > - 읽고 싶은 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마음은 / 김동명  (0) 2020.02.15
파초(芭蕉) / 김동명  (0) 2020.02.15
오-매 단풍 들것네 / 김영링  (0) 2020.02.14
내 마음 아실 이 / 김영랑  (0) 2020.02.14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 김영랑  (0) 2020.02.1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