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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내 마음 아실 이 / 김영랑

by 혜강(惠江) 2020. 2. 14.

 

 

 

 

 내 마음 아실 이  

 

                                                - 김영랑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그래도 어디나 계실 것이면

내 마음에 때때로 어리우는 티끌과
속임 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
푸른 밤 고이 맺는 이슬 같은 보람을
보밴 듯 감추었다 내어드리지.

! 그립다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

향 맑은 옥돌에 볼이 달아
사랑은 타기도 하오련만
불빛에 연긴 듯 희미론 마음은
사랑도 모르리 내 혼자 마음은.

 

 

                                    - 시문학3(1931. 6)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순수한 서정의 세계와 언어적 세련미를 추구했던 영랑의 시 세계를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여성을 화자로 설정하여 내 마음을 알아줄 임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호소력 있는 목소리와 남도 특유의 섬세한 감각적 시어를 바탕으로 그려내고 있다. 역시 김영랑답게 음악성을 살리기 위해 곱고 부드럽게 다듬은 시어를 사용했다.

 

 기, ,,, 4단 구성으로 이루어진 이 시는 임의 존재를 가정하고 자문자답의 형식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1연은 내 혼자 마음을 날같이 아실 이가 계시다면 이라는 가정으로부터 출발함으로써, 자신의 섬세하고 고운 마음의 세계를 알아줄 사람에 대한 화자의 간절한 염원을 표현했다. 그러나 그래도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그 가정의 이면에는 내 마음을 알아줄 임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 의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화자의 내면세계를 완벽히 이해하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임이 쉽게 나타날 리는 없다. ‘티끌’(고뇌와 번뇌의 상징)로 인하여 속일 수 없는 눈물을 흘려야 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3연에는 바로 그러한 임을 꿈에서나 만날지 모르겠다는 물음을 제기했고 화자의 그러한 회의가 드러났다. 결국, 완전한 이해와 공감을 요구하는 화자의 기대는 이루어질 수 없다.

 

 4연에는 그러한 안타까움이 드러났는데,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환한 불빛 사이를 희미하게 날아오르는 연기와 같아서 그 누구도, 사랑하는 이도 내 마음속 마음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곱고 섬세한 자신의 서정 세계에 대한 화자의 자부심마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작품이 단순히 사랑을 갈구하는 화자의 회의와 좌절로만 읽히지 않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 시는 꿈과 현실, 소망과 좌절의 갈등 구조를 가정과 자문자답(3연과 4)의 표현 기법을 통해 드러낸 수작이다.

 

 

<해설>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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