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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새 / 박남수

by 혜강(惠江) 2020. 2. 13.


<출처 : 다음 블로그 '윤슬 윤서 아빠의 행복한 육아일기'>


  

 

                                      - 박남수

1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 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릇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의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다스한 체온(體溫)을 나누어 가진다.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假飾)하지 않는다.

3

―――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純粹)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 신태양(1950)

 

이해와 감상


  박남수는 1939년 《문장》지에서 정지용의 추천으로 등단한 시인이다. 그의 시는 이미지에 의한 형상화를 중시하고, 존재성(存在性)을 규명하려는 주지시 계열에 속한다.

 

  이 시는 ''라는 연작시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것으로, 생명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인간의 인위성과 파괴성에 대립시켜 문명 비판적 주제를 제시한 작품이다. 이 시의 3에서 새는 포수의 총부리에 희생되기도 하지만, 새의 순수함은 어쩌지 못한다는 말을 되새겨 보도록 하자.

 

  주지시 계열의 시로서, 이 시는 좀처럼 시인의 감정을 노출시키지 않는다. 세 개의 단락으로 구성된 이 시는 조심해서 살펴보면 12가 서로 대응하는 관계임을 알 수 있다. 1에서 새는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울고,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그 내용이 2에서 아포리즘화되어 반복된다. 여기서 '모른다'는 말은 '의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새는 그저 울고 싶어 우는 것일 뿐 무슨 특별한 뜻을 염두에 두고 울지 않으며,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 체온을 나눌 뿐이지 억지로 사랑을 꾸미지 않는다는 것이다. 3에 와서 시인은 그것을 '순수'라고 명명한다. 그러나 그 순수를 의도적으로 겨냥할 때, 그것을 잡았는가 생각하는 순간 순수는 사라져 버리고 남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 즉 순수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연스럽지 않고 의도된 모든 것은 비순수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고 하겠다. 여기서 우리는 순수를 지향하는 시인의 인생관과 시적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시인은 아마도 일체의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언어에 의해서만 시작(詩作)이 가능하며 그것이 최선의 시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하여 의미가 배제된 언어에 의해서 구축된 시는 시인이 의식하거나, 의도하거나, 가식하지 않을 때 가장 순수한 것이 되며, 그것이 독자에게 어떻게 전달되느냐 하는 문제는 이미 시인의 손에서 떠난 것일 수밖에 없다.

 

  한편, 3에서는 순수로 명명된 새의 '사랑''노래'와 대조를 이루는, 인간의 잔혹함의 표상인 '한덩이 납'이 등장한다. 인간의 비정(非情)함이 삶의 순수성을 이떻게 파괴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출처> 현대시의 이해와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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