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그날이 오면 / 심훈

by 혜강(惠江) 2020. 2. 12.

 

 

 

 

그날이 오면

 

- 심 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같이

종로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고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둘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시어 풀이>

*인경(人磬)옛날, 밤에 통행 금지를 알리기 위해 설치해서 치던 큰 종. 인정(人定)
*육조(六曹)옛날 조정의 이(((((()의 여섯 관아(官衙)

 

 

이해와 감상

 


  1949년 간행된 그의 작품집 그날이 오면의 표제시 그날이 오면19303·1절을 맞이하여 19193·1운동에 참여했던 당시 시인의 감격을 되살리면서, 광복된 조국의 그 날을 열정적으로 노래한 민족 항일기의 대표적인 저항시 중의 하나이다. 원래 이 작품집은 1932년에 간행하려고 하였으나 조선총독부의 검열 때문에 좌절되었다. 이 시는 조국 광복의 그 날을 염원하면서 쓴 것으로, 조국 광복의 그날이 찾아왔을 때 폭발하듯 터져 나올 격정과 환희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국의 비평가인 C.M.바우러는 그의 시와 정치(Poetry and Politics)’에서 이 시를 세계 저항시의 본보기로 들었다. “일본의 한국 통치는 가혹했으나 민족시는 죽이지 못했다.”고 했고, 심훈의 강렬한 공상은 감상적 착오에 쾌적한 번영을 주는 데 성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조국 광복의 그 날에 대한 염원은 강력했으며, 조국 광복의 그날이 오기만 하면 목숨을 스스로 초개같이 내버려도 좋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

 

  2, 각 연 8행으로 이루어진 이 시는 제1연에서 가정적 미래의 시점으로 조국 광복의 그 날을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절규에 가까운 격정적 어조로 노래하고 있다. ‘내 목숨이 다하기 전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오기만 한다면, 나는 광복의 기쁜 소식을 알리는 인경을 새처럼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다가 죽어도 좋으며, 머리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난다 하더라도 광복의 기쁨 속에서 죽을 수 있다면 여한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조국 광복이 찾아온 그 날의 감격과 환희를 가정적 현재의 시점으로 노래하고 있는 2연도 1연과 거의 동일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2연의 전반부 그날이 와서 ~ 미어질 듯하거든에서는 조국 광복의 그날이 찾아왔을 때의 기쁨을 제시하고 있으며, 후반부 드는 칼로 ~ 눈을 감겠소이다.’에서는 조국 광복의 그날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기를 희생하겠다는 시적 화자의 간절한 바람이 죽음을 넘어선 선구자적 모습으로 생생하게 표현되었다. 이토록 간절한 민족광복에 대한 강렬한 의지와 비장한 목소리는 전율감마저 느끼게 한다.

 

 

작가 심훈(沈熏, 1901~1936)

 

 

 소설가 · 시인 · 영화인 · 언론인본명은 대섭(大燮). 제일고보 재학 중 3·1 운동에 참가하여 옥고를 치렀다. 그 후 중국으로 건너가 항주의 지강(之江) 대학에서 수학하였다. 1923년 귀국하여 안석주, 최승일 등과 극문회를 조직하여 활동했고, 영화에 관계하여 시나리오를 쓰는 한편 감독으로도 활약하였다. 동아일보의 브나로드(Vnarod : 민중 속으로) 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 공모에서 상록수로 당선되었다. 소설로 동방의 애인, 영원한 미소, 직녀성등이 있다.

 
 

 

<해설> 남상학 시인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