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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귀촉도(歸蜀途) / 서정주

by 혜강(惠江) 2020. 2. 11.

 

 

<출처 : 다음카페 '문학의 집'>

 

 

귀촉도(歸蜀途)

 

 

- 서 정 주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 리.
흰 옷깃 염여 염여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어 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색인 육날 메투리.
은장도(銀粧刀)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은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구비구비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춘추>(1943.10) 수록

 

 

<시어 풀이>

 

귀촉도 : 두견
서역 : 중국의 서쪽에 있던 여러 나라를 통틀어 이르는 말. 여기서는 저승을 뜻함.
파촉 : 중국의 서쪽에 있던 땅 이름. 여기서는 저승을 뜻함.
메투리 : ‘미투리의 방언. 삼이나 노 따위로 짚신처럼 삼은 신.
이냥 : 이러한 모습으로 줄곧.

 

 

이해와 감상

 

 서정주는 1933년부터 시를 발표하였고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벌였다. ‘시인부락동인지에서 여러 작품의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첫 시집 화사집(花蛇集)에서 보여주었던 '보들레르'의 악마주의적 경향에서 벗어나 제2시집 <귀촉도>에서는 동양적 내면과 감성으로 영겁(永劫)의 생명을 추구하는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갔다. 두 번째 시집 귀촉도(歸蜀途)의 표제시이기도 한 귀촉도는 촉나라 망제가 죽어서 되었다는 귀촉도의 전설을 모티브로 하여 사별한 임을 향한 애끓는 정한(情恨)과 슬픔을 처절하게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귀촉도란 흔히소쩍새’, ‘접동새로 불리는 새로, 이 작품에서는 사랑하는 임의 죽음에 대한 한()을 상징하고 있다. 화자가 사랑하는 임은 다시 오지 못하는 저승길, 서역 삼만 리’, ‘파촉 삼만 리로 떠나 버렸다. 화자와 사랑하는 임과의 거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슬퍼 눈물이 아롱아롱 맺힐 뿐이다. 차라리 사랑하는 임이 살아 계실 때 머리털을 엮어 신이나 삼아 줄걸이라며 지극한 정성을 쏟지 못한 아쉬움과 후회의 정서를 내비치고 있다. 이러한 정서는 한()으로 승화되어 목이 젖은 새’, ‘제 피에 취한 새귀촉도로 귀결된다. ‘하늘 끝 호올로 가신 임이기에 화자의 그리움은 응어리져 피맺힌 눈물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제 피에 취한 새귀촉도는 님의 표상이자 님과 나를 연결시켜 주는 사랑의 매체로 볼 수 있고 애절한 한의 객관적 상관물로 해석할 수 있다. (해설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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