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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황혼(黃昏) / 이육사

by 혜강(惠江) 2020. 2. 11.

 

 

<사진 ; 경포해수욕장의 일몰>

 

 

황혼(黃昏)

             

- 이육사

 

내 골방의 커튼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 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 보련다.

그리고 네 품 안에 안긴 모든 것에게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 다오.

저 십이성좌(十二星座)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삼림(森林) 속 그윽한 수녀(修女)들에게도

시멘트 장판 우 그 많은 수인(囚人)들에게도

의지가지없는 그들의 심장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사막을 걸어가는 낙타 탄 행상에게나

아프리카 녹음 속 활 쏘는 토인들에게라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 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의 반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다오.

내 오월의 골방이 아늑도 하니

황혼아 내일도 또 저 푸른 커튼을 걷게 하겠지

암암(暗暗)히 사라져간 시냇물 소리 같아서

한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 보다.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세계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이 작품은 육사의 실질적인 등단작으로 골방에 있는 화자가 청자인 황혼에게 말을 건네는 독특한 화법으로 시상을 전개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화자가 처해 있는 골방황혼의 함축적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여기서 골방20년대 초 ?백조? 동인으로 대표되는 감상적 낭만주의 시인들이 일률적으로 추구하던 밀실과 같은 현실 도피의 공간이 아니다. 골방은 화자인 시인이 번민과 고뇌의 비극적 자기 인식을 하게 되는 공간이며, ‘황혼은 식민지 현실 상황의 화자에게 안식과 평화를 가져다주는 세계이다. 그러기에 화자는 커튼을 걷으며 외부와 차단된 고독감 속에서 안식과 평화의 황혼을 맞아들이려고 하는 것이다.

 

 먼저 이 시의 형태는 520행에, 각 연이 4행씩 조금의 변형도 없는 정형적 형태이다. 이로 미루어 육사의 시 의식이 한시나 시조와 같은 전통적인 시 형태를 현대적으로 수용하는 데서 출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연의 시 형태를 시상에 따라 나누면 다음과 같이 3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1단락은 1연으로 전제 부분에 해당하며 화자의 독백 형태로 되어 있다. 2단락은 234연으로 황혼이라는 대상에 대한 화자의 소망을 기원문 형식을 통해 직접적으로 서술하는 본문 부분이다. 3단락은 5연으로 다시 화자의 독백 형태로 되어 있으며 해결 부분에 해당한다.

 

 1연에서는 이 시의 핵심적 이미지인 골방황혼의 대립적 관계를 보여 주고 있다. ‘커튼은 황혼의 우주와 골방의 중간 위치에 존재하며 걷고’ ‘맞아들이는화자의 행위에 의해 외부 세계를 그의 내면세계와 연결시켜 주는 통로 구실을 한다. 이에 따라 온 세상으로 번지고 스며들어 끝없이 확대되는 황혼골방으로 비쳐 들어오게 됨에 따라 골방의 폐쇄성은 황혼이 펼쳐진 우주로 개방, 확장될 수 있다.

 

 2연에서는 존재의 외로움을 인식한 화자가 황혼의 손에 입을 맞추던 소극적 행위에서 황혼이 지니고 있는 모든 것에게 / 나의 입술을 보내는 적극적 행위로 변모하게 된다. 이로써 화자는 골방의 폐쇄성에서 벗어나 황혼만큼 확대되게 된다. 그 모든 것이란 바로 3연에서의 수녀수인, 4연에서의 행상대토인들, 2연에서 막연하고 추상적인 것들이 34연에 이르면 확실하고 구체적인 것으로 분명해진다. 이것들은 모두 버림받은 것, 쓸쓸한 것, 외로운 것들로 화자는 그들을 부드럽게 안아 뜨거운 입맞춤을 보낸다.

 

 이렇게 끝없이 확대되는 황혼에 의해 그 외로움이 해소되게 함으로써 화자와 대상 사이에 있는 거리감이 무너지게 되고, 공통된 의미의 동일성으로 화해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화자가 자신이 추구하려는 안식과 평화의 세계를 단지 자신에게만 실현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여러 외로운 것들에게까지 확대시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포용성이 바로 육사의 조국애, 민족애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며, 나아가 그를 조국의 광복을 위해 처절한 역사 현장 속으로 뛰어들게 한 원동력이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5연에서 우주를 감싸 안은 화자의 포용성과 의지는 황혼의 사라짐, 시간의 유한성에 의해 인간의 꿈과 한계를 일깨워 주고 있다. 황혼이 오늘뿐 아니라 내일도 찾아와 주리라는 확신을 가지면서도, ‘암암히 사라지는 시냇물 소리 같아서 / 한 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를것 같다는 우려를 보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불안한 현실 상황을 극복하고 안식의 세계로 향하려는 적극적인 저항 의지로 발전함으로써 후일 <절정>, <광야>로 대표되는 항일 저항 문학의 정수를 펼쳐 보이게 되는 것이다. 한편 지구의 반쪽이라는 구절은 제국주의의 지배 국가와 피지배 국가로 지구가 양분되어 있던 당시의 국제 정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출처> 다음블로그 Ducky Lim’

 

 

 ​▲작자 이육사 (1904.4.4.~1944.1.16)

 

 호 육사(陸史). 본명 원록(源祿) 또는 원삼(源三), 개명은 활(). 경북 안동(安東) 출생. 조부에게서 한학을 배우고 대구 교남(嶠南)학교에서 수학하였으며, 1925년 독립운동단체인 의열단(義烈團)에 가입하였다. 1926년 베이징[北京]으로 가서 베이징 사관학교에 입학하였고, 1927년 귀국했으나 장진홍(張鎭弘)의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에 연루되어 대구형무소에서 3년간 옥고를 치렀다. 그 때의 수인번호 264를 따서 호를 육사라고 지었다. 출옥 후 다시 베이징대학 사회학과에 입학, 수학 중 루쉰[魯迅] 등과 사귀면서 독립운동을 계속했다.

 1933년 귀국, 육사란 이름으로 시 황혼(黃昏)신조선(新朝鮮)에 발표하여 시단에 데뷔, 신문사·잡지사를 전전하면서 시작 외에 논문·시나리오까지 손을 댔고, 루쉰의 소설 고향(故鄕)을 번역하였다. 1937년 윤곤강(尹崑崗) ·김광균(金光均) 등과 함께 동인지 자오선(子午線)을 발간, 그 무렵 유명한 청포도(靑葡萄)를 비롯하여 교목(喬木)》 《절정(絶頂)》 《광야(曠野)등을 발표했다. 1943년 중국으로 갔다가 귀국, 이 해 6월에 동대문경찰서 형사에게 체포되어 베이징으로 압송, 이듬해 베이징 감옥에서 옥사하였다.

 이육사가 죽은 후, 1년 뒤에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되었다. 그 후, 1946년 신석초를 비롯한 문학인들에 의해 유고시집 육사시집(陸史詩集)이 간행되었고, 1968년 고향인 경상북도 안동에 육사시비(陸史詩碑)가 세워졌다.

 이육사의 시는 독립에 대한 의지와 항일 투쟁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를 직설적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언어적 정제를 통해 화려한 상징과 은유를 사용함으로써 이러한 정신적 의지를 드러낸다. 또한, 베이징 유학 시절에 받은 중국 문학의 영향 때문에 그의 시에서는 유교적인 태도도 나타난다. 이러한 부분이 기존의 저항시들이 가지고 있었던 시적인 면모와 다른 부분이며, 한편으로는 정신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일제강점기에 끝까지 민족의 양심을 지키며 죽음으로써 일제에 항거한 시인으로 목가적이면서도 웅혼한 필치로 민족의 의지를 노래했다

                                                                                        <출처>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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