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절정(絶頂) / 이육사

by 혜강(惠江) 2020. 2. 10.

 

 

 

 

 

절정(絶頂)

 

 

              - 이육사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 재겨 : 촘촘한 틈을 비집고 찔러 넣어.

 

                                  -<문장> (1940. 1)

 

 

작품의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시인이 시대 상황과 맞서 싸우면서 치열한 갈등을 통해 도달한, 비극을 초월하려는 정신적 경지를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이 시에 나오는 매운’, ‘갈겨’, ‘칼날진등은 매우 강렬하고 남성적인 이미지를 주는 시어이다. 이러한 시어들은 화자가 처한 현실의 극한 상황을 표현하면서,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시인의 강한 지사적 의지와 신념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이 시는 크게 시적 상황을 보여 주는 1, 2연과 화자의 의식 세계를 보여 주는 3, 4연으로 나눌 수 있다. 1, 2연에서는 일제 강점기의 냉혹한 시대에 화자가 처한 현실적 한계 상황을 보여 주고 있는데, 불과 4행의 짧은 호흡에서 북방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의 극한 상황을 점층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화자를 이 절정의 극한적 상황에 이르게 한 것은 매운 계절의 채찍인데, 이때 매운 계절겨울을 가리키며, 가혹한 추위가 지배하는 시간인 일제 강점기의 고통스러운 시대 상황을 암시한다.

 

 3은 마지막 연은 위의 극한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일 뿐 아니라, 그 절대적 긴장의 자리에서 울부짖지 않고 오히려 번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정신의 경지를 획득한다. 다시 말하면, 1, 2연에서 제시된 외적 상황에서 화자 내면의 심리적 상황으로 옮겨 간다. 화자는 그가 처한 상황에서 비켜서거나 물러서는 일이 불가능하며, 무릎을 꿇어그 어떤 외부적 힘에 기대어 괴로움을 덜 수도 없는 삶의 긴장된 국면임을 인식하고, 모든 고통과 어려움을 자신의 의지로 견뎌 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와 같은 관조의 순간, 화자는 겨울을 싸늘하고 비정하면서도 황홀한 아름다움을 지닌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극한 상황에서 참된 삶을 추구하는 의지와 희망을 회복하는 화자의 현실 인식은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라는 역설적인 표현으로 나타내고 있다.     <출처>() 천재교육

  

 

 

'문학관련 > - 읽고 싶은 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사(花蛇) / 서정주  (0) 2020.02.11
황혼(黃昏) / 이육사  (0) 2020.02.11
청포도 / 이육사  (0) 2020.02.10
별 헤는 밤 / 윤동주  (0) 2020.02.10
자화상(自畵像) / 윤동주  (0) 2020.02.1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