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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추천사(鞦韆詞) / 서정주

by 혜강(惠江) 2020. 2. 12.

 

 

<출처 : 다음 '무지개'님의 카페>

 

 

추천사(鞦韆詞)

 

- 춘향(春香)의 말(1)

 

 

-  서정주 

 

 

향단(香丹)아 그넷줄을 밀어라.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밀 듯이,

향단아.  

 

이 다수굿이 흔들리는 수양버들나무와

베갯모에 뇌이듯한 풀꽃더미로부터,

자잘한 나비 새끼, 꾀꼬리들로부터,

아주 내어 밀듯이, 향단아.  

 

산호(珊瑚)도 섬도 없는 저 하늘로

나를 밀어 올려다오.

채색한 구름같이 나를 밀어 올려다오.

이 울렁이는 가슴을 밀어 올려다오!

 

(西)으로 가는 달같이는

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다.  

바람이 파도를 밀어 올리듯이

그렇게 나를 밀어 올려다오.

향단아.

 

 

 - 서정주 제3시선 <서정주시선>(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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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 그네

*서(西) : 여기서는 극락세게를 가리킨다.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그 부제(副題)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춘향이 향단과 그네를 타면서 독백 형식으로 엮은 노래이다. 이 시는 화자인 춘향의 말을 통해 현실의 세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을 노래한 작품으로, 그네 타는 행위를 지상적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려는 고뇌의 상징적 표현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춘향전에 의하면 '그네'는 춘향과 이 도령의 만남의 계기가 된 매개물로서 서로 타인이었던 두 사람의 관계를 연인의 관계로 변화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시에서 그네는 단순한 놀이 기구가 아닌, 춘향이 자기 자신의 괴로움과 운명을 벗어나려는 수단으로서, 즉 괴로움과 고통, 번민의 현실 세계로부터 벗어나 조화로운 이상세계(여기서는 '저 하늘' ''로 표현됨)에 도달하기 위한 매체인 것이다.


  그렇다면 춘향의 고통과 번민의 내용은 무엇일까? '춘향전'의 이야기 줄거리에 집착한다면 이는 기생의 딸로 태어난 신분상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을 그렇게 도식적으로만 이해하려 든다면 그것은 매우 피상적인 견해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춘향이 벗어나고 싶어하는 세상은 환멸의 대상이 아닌, 수양버들과 풀꽃더미, 자잘한 나비 새끼, 꾀꼬리 등으로 표현된 아름다운 곳으로서 오히려 애착의 대상일 수가 있으며 더욱이 현실을 벗어나 도달하려는 이상세계는 '산호도 섬도 없는 저 하늘'이며 '아무래도 갈 수가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는 현실을 초극하려는 의지와 현실에 대한 애착 사이에 놓인 심리적 갈등을 그리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네'는 바로 이들 사이를 왕복하게 한다. 그러나 4연의 독백 '(西)으로 가는 ~ 갈 수가 없다' 라는 시구는 천상 세계를 꿈꾸면서도 끝내 인간이 사는 지상을 떠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적 한계를 느끼게 한다. 아무리 높이 하늘을 향해 차고 올라도 그네는 다시 떨어지고 마는 것이다.

 

   5연에서 그네의 이러한 움직임은 춘향이 가진 간절한 초월 의지와 그 필연적인 좌절을 상징한다. 그럼에도 춘향은 자신을 밀어 올려 달라고 말한다. 파도가 어쩔 수 없이 다시 떨어져 내려오듯이 자신의 소망도 끝내 달성될 수는 없지만, 이 지상적 인연을 벗어나려는 괴로운 노력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해설 : 남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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