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기다림
- 남상학
당신이 내게 주신 텃밭에
씨앗 하나 심어
소중히 싹을 키웁니다.
얼어붙은 인고(忍苦)의 깊은 땅을
눈물로 녹이는 세월
원시의 어둠 속에 기다리는 하루는
목 늘이는 산맥 같은 그리움입니다.
윤삼월 철 이른 한나절
따스한 햇볕에 내민 얼굴은
경이로운 영혼의
기쁨 같은 것.
빈 언덕에 사나운 바람 불고
목 타는 여름 홍역을 앓을 때
심장에 떨어지는 잎새는
캄캄한 벼랑을 헛디디는 악몽입니다.
바람 따라 뒹구는 낙엽은
부끄러움과 아픔으로 비에 젖고
한천(寒天)에 손을 벌린
나목의 가지 끝으로
열매를 달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요?
사랑의 원정(園丁)이신 당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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