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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일로향실(一爐香室)에서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20. 1. 27.

 

 

시(詩)

 

일로향실(一爐香室)*에서 

 

- 남상학

 

 

강화군 화도면 상방리 마을
환경 운동가 이용학 선생이 
경권다로(經卷茶爐)라 이름한 옛집


세월의 무게를 지닌

각종 잡동사니 끌어모아  
고집스레 손때 입혀 앉힌
남다른 안목이 예사롭지 않아

대나무, 맥문동, 머루 덩굴까지
좁은 뜰에 아우른 멋이며
일로향실(一爐香室)을 별당으로 차려놓고
휴천정(休天亭), 관수정(觀水亭)을 끼고 앉아
청산유수 벗 삼는 유유자적이

사뭇 부럽다.

 

풍류 읊조리는

옛 시인은 아니어도 
일로향실에 젊잖게 앉아

은은한 다향에 취해

눈 감고 있으려니


문득 눈을 부릅뜬 옛 선비가
담뱃대 들고 호통치며
가볍게 촐랑대는 나를

사정없이 꾸짖는다.

 

 

*강화 화도면에 고가(古家)를 고풍스럽게 꾸며놓고 붙인 이름. ‘일로향실(一爐香室)’은 본래 초의선사의 거주지 일지암의 다실 이름으로, 추사가 초의에게 차를 끓이는 다로()의 향()이 향기롭다라는 의미로 써 준 글에서 유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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