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서어나무의 꿈
- 영흥도 십리포
남상학
척박한 땅에 뿌리 박고
매서운 칼바람을 가로막아
뒤틀린 생명이거니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저 모진 근육질의 인내(忍耐)를
나는 이제 사랑해야 하리
지난날 내 아픈 유년의 기억을
바람막이로 둘러치고
옹이 진 마디마디에서 꿈틀대는
비명을 탁, 탁,
이제는 힘찬 용솟음으로
솟구쳐야 하리
억센 줄기 가지마다
무성한 잎이 그늘을 드리우고
아련한 물길이 찾아들어
하얀 모래벌판에 깔리는 웃음소리
저녁 햇살 눈 부실 때
서어나무 숲 그늘에
자장가를 부르는 어미처럼 앉자
은비늘 물길 가르며 돌아올
만선(滿船)의 배 한 척
기다려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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