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목탁새
-수락산 계곡에서
남상학
초록 물감 짙게
풀어내는 여름 산
둔탁한 목탁소리가
석림사 천불상 주변의
자욱한 안개 걷으며
계곡을 따라 올라가고
간밤 장대비 거칠게 쏟아져
불어난 물줄기 찬바람 일으키며
사정없이 계곡의 바위를
두드릴 때
산뜻하게 머리 감은
굴참나무 숲에서
가는 비 맞으며
제 중심을 파내는 목탁새가
딱딱 딱따르르르르 …
숲의 아집(我執)을
한사코 밀어내고
소강상태였던 숲에
장대비 다시 내리는데
깃을 치며 천년 슬픔
삼키는 울음
딱딱 딱따르르르르 …
목탁소리, 물소리와 함께
사정없이 둔탁한 계곡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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