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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희방사역에서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20. 1. 23.

 

 

<시>

 

희방사역에서

 

 

- 남상학

 

 

 

가을 들녘을 가로 질러 

덜컹거리는 기차가

목쉰 소리 내며 닿은 곳
진홍빛으로 익어가던 감나무가
오늘 초로의 노인을

손님처럼 맞는다

굽이진 모퉁이

산기슭 돌고 돌아 지나온

터널은 또 몇 개
숨찬 소리 내지르며 당도할

기차를 기다리며
끝이 보이지 않는 레일을 따라
추억을 말리는

가을 볕살 

어디론가 떠난

낯익은 얼굴들이
감나무 가지에 주렁주렁 열리고
기차가 달려올 방향으로

목을 길게 늘이는 동안

높은 가을 하늘에
감은 더욱더 붉게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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