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우리는
남상학
그때 우리는
햇빛 쏟아지는 목멱(木覓)* 푸른 숲에
둥지 틀고 있었지.
아침 햇살에 이마를 닦으며
빛나는 순은(純銀)의 언어로 지지배배
불씨 물고 하늘로 한 음계씩
비상하곤 했지.
봄에는 온갖 꽃들 흐드러지게 피고
여름 가을엔 저마다 예쁜 옷 갈아입기도 하고
다시 축복처럼 눈사태가 되기도 하고
넘치는 기쁨으로, 청청함으로
우렁찬 함성(喊聲)이 산등성이마다
불을 켜기도 하고
비가 내려 궂은날에는
날개 젖은 새 새끼들을 품속에 불러모아
지펴 놓은 모닥불 둘레
커다란 원을 그려놓고
살뜰한 정 나누어주기도 하고
해 저물어
어둠이 짙어진 뒤에야
우린 늘 하던 버릇처럼
휘황한 명동의 불빛 받으며
둥지에 찾아들곤 했지.
산이 좋아
산에서 살던 사람아
그날 우리는
캄캄한 밤에도 잠자지 않고
불을 밝히고 있었지.
*‘목멱(木覓)’의 목멱산은 예전에 서울의 ‘남산’을 이르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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