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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하늘 꽃 만발한 꽃재에서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20. 1. 18.

 

(사진 : 새성전 입당감사예배 장면)

 

축시(祝詩)

 

하늘 꽃 만발한 꽃재에서

- 『110년 꽃재교회 이야기』 간행 축시

 

 

남상학

 

 

 

 

동대문 밖 왕십리 홍익동 언덕은

갖가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예로부터 꽃재라 불렀다

가시덤불 무성한 돌밭 

눈물로 일궈 예쁜 꽃씨 뿌려온

110년 세월

 

당신 사모하는 애절한 마음이

봄 뜨락에 하얀 목련으로 피기도 하고 

타는 여름 볕에선 해바라기로 피기도 하고 

살을 에는 엄동엔 붉은 동백으로 피기도 하고

저마다 아름다움을 다투어 피는 꽃 숲 언저리 

우리는 날마다 신나는 나비와 꿀벌 되어 

날개 퍼덕이며 하늘을 맴돌곤 했지.


맑은 이슬 구르는 새벽이면

푸른 종소리에 다소곳이 미역을 감고

온종일 훨훨 단 꿀을 나누어 주다가 

진액(津液)에 취하면 혼곤히 낮잠에 들고 

임 그리워 편지쓰는 깊은 밤이면

고운 나래 접고 단꿈을 꾸기도 했지.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리들의 경영(經營)

나팔꽃 꽃밭에선 하늘 향해 트럼펫을 불고

붉은 장미원에선 빈혈의 영혼에 수혈하고

온누리 구석구석 향기를 뿜어낸다.


그대여, 따스한 햇볕 머문 이 축복의 자리  

햇볕과 바람과 우로(雨露)에 감사하는 오늘

목소리 높이지 않아도 자랑이 되고 

드러내지 않아도 저절로 넘실대는 은혜

하늘 꽃 만발(滿發)한 꽃 무리 언덕에서

다시, 온 누리 흩뿌릴 꽃씨 한 옴큼씩 움켜쥐고 

너도나도 찬미의 불꽃 꽃술 흔들며

덩실덩실 한마당 판을 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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