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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숲에 비가 내린다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20. 1. 18.

 

 

시(詩)

 

숲에 비가 내린다
                                  

 

남상학

 

 

숲에 비가 내린다.
그리운 가슴들을 새록새록 적시면서
봄비가 숲을 깨운다 뒤흔든다.
나무들은 하나씩 가슴을 쓸고 일어서고
여기저기 흘린 꿈을 주워 담기 위해
가슴을 열고 심호흡을 한다.
심연의 깊은 곳으로부터 뽑아 올린
생명의 물줄기 치솟아 올라
갈증의 대지를 다시 덮는 것인가?
잎에서 잎으로 빗방울 듣는 소리, 소리
척추가 휜 나무들은 깊은 상처들을 싸매고
수척한 가지마다 수혈을 끝낼 즈음
숲은 일제히 제 가슴에 귀를 세워
두근거리는 심장의 고동 소리를 듣는다
그때 한 무리의 새 떼들은 숲속에서
길게 누운 무거운 그림자를 털어 내고
순결한 눈짓으로 힘차게 솟아올라
피리 불며 어둠의 숲을 떠난다.
나는 그 곁에서 함초롬히 비에 젖어
촉촉한 대지에 입을 맞추고 발가락 사이사이
스멀스멀 잔뿌리가 돋는 것을 느끼며
굵은 마디마디 정교한 생명의 힘이 꿈틀거리며
새롭게 움트는 것을 보았다.
싱그런 음악처럼 만만치 않은 기세로
뿜어 올리는 풋풋한 향기
그 내음에 취해 나의 처녀림에
영혼의 꽃이 벙그는 오늘
종일 축복의 나래를 펴고 꽃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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