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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난(蘭)을 보며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20. 1. 18.

 

<출처 : 다음 블로그 '돌밭인생'>

 

시(詩)


()을 보며

 

 

남상학

 

 

모두가 떠나고 나 혼자일 때
내 지병이 도져 밤새워 앓고 있을 때
아무도 없는 적막을 위하여
내 빈방을 지키고 앉아
창가에 홀로 존재를 과시하며
불면(不眠)을 깨우는 그대
바람 부는 밤 어둠 속에 마주 앉아
정적 속에서 절벽을 타고 오르듯
뜬 눈 밝혀 대적하는 힘
명백한 외침을 듣는다
뿌리로부터 진액을 뽑아 올려
푸른 잎새 끝에 이슬방울을 매달듯
긴 밤 제 살 찢는 아픔으로 무릎 꿇어
가지 끝에 영롱한 진주를 가꾸는 새벽
날이 밝기 전, 드디어 생명의 진수(眞髓)
순수 절정의 환희를 바라보노라면
허둥거리며 살아온 부질없는 세월이 보이고
얼룩진 내 부끄러운 모습도 보이고
가끔은 잊으며 잊히며 사는 지혜도 보이고
마음까지도 가릴 수 있는 무상이 나부낀다.
모두가 떠나고 나 혼자일 때
내 지병이 도져 밤새워 앓고 있을 때
빈방에 난 한 그루 내 곁에 있다는 건
참 유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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