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나에겐 숲이 있었네
남상학
이름 모를 풀꽃들이
이슬에 젖어 눈을 뜨는
풋풋한 아침이거나
눈부신 하늘이
햇살 한 자락 끌고 내려와
자갈밭에 질펀히 누워
사랑니를 앓고 있는 대낮이거나
나에겐 숲이 있었네.
그리고 어둠이 잘름잘름
기진한 몸을 이끌고 와서
토방(土房)에 아픈 다리를 걸치는
해 늦은 저녁 무렵에도
나에겐 숲이 있었네.
아늑한 숲에 안식이 내리고
정적이 감도는 시간이면
나뭇가지에 둥지 틀어
밤이면 밤마다
별들이 알을 까는 숲
그리고 깊이를 알 수 없는 곳으로부터
생명의 진액(津液)을 빨아올려
무성한 잎을 피워
그늘을 드리우는 숲
그 숲속에 한 그루 나무 되어
사시사철 한 몸으로
하늘 향해 키를 재며 살고 있음을
오늘 새롭게
우러러 감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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