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망향가 -백령도에서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20. 1. 17.

 

 

 

 망향가(望鄕歌)


- 백령도에서

 

남상학

 

 

 섬은 울고 있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잠을 못 이루고 물길을 따라 몇 번씩 고달픈 몸을 뒤척이다가 온몸에 안개를 휘감고 북으로북으로 노를 젖고 있었다

 두고 온 형제 그리운 얼굴 지척에 두고 우리의 사랑이 언젠가는 다시 이어질 것을 믿으며 심청이 몸을 던진 인당수 소용돌이 물길을 건너 장산곶을 향해 거친 파도에 흔들리며 가고 있었다.

 바람을 곱게 빗질하던 하얀 갈대머리도 북으로 따라 가고 뜨거운 사랑 안고 숨진 넋인 듯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도 마치 열병식(閱兵式)을 하듯 오직 한 방향으로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금강산의 총석정을 옮겨놓았다는 두무진의 코끼리바위 장군바위 촛대바위 형제바위 신선대 사자바위 등 기암괴석들도 후려치는 해풍에 머리를 감으며 북으로북으로 하염없이 달리고 있었다

 안개 짙은 그 날 새벽 이후, 거센 물살의 삼각파도에 휩쓸리며 한 걸음 더 나아가지도 못하고 팔자형의 물굽이 앞에서 길을 잃은 채 섬은 오늘도 인고(忍苦)의 세월을 망향가 부르며 팔순의 노인처럼 이명(耳鳴)을 앓고 있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