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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개암사 봄빛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20. 1. 13.

 

 

시(詩)

 

개암사 봄빛*

 

남상학

 

 

지나가는 바람도

잠시 발길 멈추는 자리 
어머니의 품속 같은 아늑한 둥지에
한 마리 학이 날개를 펴고

알을 품었다.

 

오랜 세월 비바람 눈발에 씻겨
수수한 옷차림으로 맞이하는 얼굴

뜰에는 겨울을 이겨낸

호랑가시나무 잎새들이  저마다

윤기를 자랑하듯 성장(盛裝)을 하고
줄기마다 붉은 염주가

큰스님의 기원처럼  맑은 하늘을 이고

소담스레 매달려 있다.


멀리 울금바위 준수한

봉우리를 넘어온 칼바람이
서걱서걱 대나무 푸른 숲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과거와 현재의 숱한 설화를 뿌리는데
투명한 시야 속에서 산천이

기지개를 켜고  

저벅저벅 걸어나오는 한나절


뜰 아래 매화 가지엔
어느새 남보다 먼저 온 봄이
큰 눈을 부릅떴다.


 


 *개암사는 변산반도에 있는 고찰(古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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