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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도시의 나비 / 남상학

by 혜강(惠江) 2020. 1. 13.

 

 

시(詩)

 

도시의 나비
-청주를 지나며 1

 

- 남상학

 

 

너는 한 마리 나비였다
고층건물 사이를 곡예하는
헬리콥터처럼
화려한 날개를 단 나비였다

이른 새벽시장 옷가게에서
화려하게 분장을 하고
교회 첨탑 십자가 밑에서 무릎을 꿇고
대학 노()교수의 명강의에 도취되기도 하고
허망한 도시의 하늘을 꿈꾸며
자유롭게 날았다.

높다란 빌딩의 숲에서 보는
일몰(日沒)의 구름 속으로
황홀한 음악에 취해
화려한 비상(飛翔)을 꿈꾸던

뜨거운  여름 그 어느 날

모진 회오리바람 불어와
불타는 영혼은 구름 속으로 날아가고
더듬이 잃고 흩어져

도시의 지상으로 추락한 

육신의 잔해(殘骸

너는 가여운 이카로스*

용광로처럼 달아오른 거리를
생명 보험도 없이
겁 없이 달리던 질주(疾走)
그 현기증으로 하여
끝내 욕망의 날개를 접었다는
비통한 소식

너는 헬리콥터처럼
화려한 날개를 가진
한 마리 나비였다.

 

 

*이카로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태양을 향해 솟아오르다 추락한다.

 

 

 

 

<주>청주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그녀를 추모하며 지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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